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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감나무 단풍은 봄꽃보다 곱다

감나무 단풍잎





창문 틈새로

뵈는

나이 든 감나무


버겁게

짊어졌던

그 무거운

모두

인간에게 내주고


우듬지에 남긴

감 몇 개

까치의

축연이다.








잘 물든 단풍

아래,


감나무 이파리들이

가을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은


마치

오래된

수채화처럼 아련하고

서정적이다.


각 잎이

고유한 색으로

물들어 있어,


빛나는 금빛,

깊은

붉은색,


그리고

부드러운 갈색이 어우러져

자연의 화려한 팔레트를

선보인다.


나무 사이로

드리운 햇살이 이파리들을

적시며,


그들이 춤추는 듯한

그림자를 땅에

그려낸다.


나이 든

감나무 우듬지에는

몇 개의 감이 남아 있다.


감들은

여름 내내 햇볕을 받으며

익어가다가,


이제는

소박한 모습으로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이들은

감나무가 겨울을 맞이하기 전에

보내는

마지막 선물처럼 보인다.


그곳에는

까치 한 마리가 날아와

조심스럽게

감을 쪼아 먹는다.


그것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광경이지만,


그 속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순환을 엿볼 수 있다.


까치는

감을 쪼며

그 자체로 감나무와의 조화를

이루며,


이 둘의 관계는

자연의 완벽한 균형을

상징한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가을의 숲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를

넘어서,


삶과

자연의 연속성,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소소한

아름다움을 상기시킨다.


봄꽃이 지닌 화려함과는

다른,

더 깊고 성숙한 아름다움이

여기에 존재한다.


가을의 숲은 시간이

멈춘 듯한 평화와

고요 속에서,


우리에게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되새기게 한다.


단풍과 감나무,

그리고

감을 쪼는 까치

가을이 주는 선물과 같다.


이들은

우리에게 자연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끈다.


가을의 숲은

그저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워,


잠시

멈춰 서서

그 모든 것을 가슴 깊이

새긴다.








"까치가 먹다 남은

감 하나

바람의 신발 됐다"


언젠가 브런치에 올린

이 표현,


어느

기성 시인이

훔쳐가고 싶단다.


글도

주고

받을 수 있나?


문득

고려 나라 시절,


정지상과

김부식의 글싸움이

떠올라


미소가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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