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왜 거짓말을 하셨어요?
참기름과 땅콩은 모두 중국산이었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6. 2023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앉아
판매하는 물건,
이제
모두
의심이 간다
ㅡ
도심지를 벗어나면
5일장이 선다.
봄내 풍기는 야채가 즐비하다.
누군가는
흥정의 재미를 찾고,
누군가는
정성스레 만든 물건을 찾아 헤맨다.
여기저기에서 물건 값을 흥정하는
분위가 흥성스럽다.
나 또한 물건을 구입할 때
가격 흥정을 한다.
나에게는 물건을 살 때,
한 가지 원칙이 있다.
할머니들이 판매하는 물건의 가격은
절대로 깎지 않는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전에 하셨던 일이기에!
얼마 전
고교 동창들과 여행을 했다.
관광단지 입구에서
몇몇 할머니들께서 다양한 곡물을 팔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수고와 정성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연세가 가장 들어 뵈는
노인에게 다가가 땅콩 한 되와 참기름 한 병을 샀다.
아내가 반가워할 것을 생각하니
흐뭇했다.
노인은 거듭 힘주어 말한다
"이 땅콩과 참기름은 직접 텃밭에서 농사지은 것이다"
나는 그 말을 굳게 믿고,
땅콩과 참기름 한 병을 가슴에 품었다.
지인이 방문하여 그때 사온 땅콩을 내놓았다.
한두 알을 맛본다.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중국산이 아니냐'라고 묻는다.
지인이 직접 땅콩 농사를 지어봤기에 맛을 안다고 했다.
나는 순간
당혹했다.
반사적으로 참기름을 꺼내
수저에 따라 맛을 보게 했다.
이 또한 국산이 아니라며 고개를 외로 저었다.
순간
할머니가 내게 물건을 건네며 하신 말씀이 떠올라
나를 괴롭혔다.
'할머니는 땅콩도 중국산은 5천 원인데 국산이라 1만 2천 원이고, 중국산 참기름은 1만 원인데, 국산이기에 3만 원을 받는다고 했다.'
더구나 다른 분들이 국산이라고 판매하지만
당신은 직접 지은 것이기에 4만 윈은 받아야 하는데, 특별히
3만 원만 받는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나는 한 푼도 깎지 않고
기쁘게 샀다.
할머니가 너무나 미웠다.
아니
차라리 애처로웠다.
아내 역시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노인을 도와주었다고 생각하란다.
나는
이번 여행 동안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 할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것은 단순히 물건 값에 대한 흥정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진심을 나누는 과정에서 느끼는
소중함과 아픔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격을 깎는 것이 문화의 일부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진실과 정직함은 결코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할머니에게 지불한 가격은
그녀의 정성과 땀,
그리고
나의 동정심을 담고 있었다.
나는 그 시간 속에서 진실을 찾아 나섰지만,
무엇보다 그 경험을 통해 인간의 진심과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무엇을 사든,
어떤 가격에 사든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것은 누군가의 땀과 노력, 사랑이 담긴 것이다. 가격을 흥정하며 물건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무엇을 사는지,
그 물건이 담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