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보조개가 왜 왼쪽에만 있나요

아름다운 상처




그네의

날카로운 고정핀은

왼쪽뺨을

스쳤다.


순간


피가 낭자했다




아직도 어린 향기를 안고 있는

신입생들이다.

그네 차례를 기다리며 두근거리고 있었다.

그중 한 아이가 바로

어린 시절의

나였다.

사건이 터졌다.


마음이 앞섰던

나는

지나치게

그네 가까이에 서 있었다.


한 순간의 부주의가 왼쪽 뺨에 상처를 남겼다.

친구가 타고 있던 그네 나사핀이

무자비하게 살점을 갈랐다.

선혈이 낭자했다.

진회색 바지에 그림자처럼 번져가는

피와 아픔이 동시에 나를 휩쓸었다.

나에게는

갑작스러운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천사가 있었다.


바로

두 살 터울인

누나.


3학년인 누나는

급히

모래를 한 움큼 잡아와

피가 흐르는 왼쪽빰에

모래를 뿌려 피를 멈추게 했다.


그 순간의

모래는 피와 만나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듯한

뜨거움을 내뿜었다.

그 모래는

나의 피를 지혈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그날

나는 하루 종일 머리를 외로 꼬고 다녔고,

누나는 마치 명의 '허준'과 같은 기적을 만들어내는 '화타'와 같았다.

피는

멈췄지만

상처는

남았다.

남아있는 딱지는 세수할 때마다

물이 닿아 떨어졌다.


그 과정을 반복하며,

결국

그곳의 상흔은 보조개처럼 변했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보조개가 왼쪽에만 있냐고 물었다.

아무래도

그들에게는 보조개처럼 보인 것 같았다.

오늘날,

사람들은 보조개를 만들기 위해

수술을 받기까지 한다.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


아름다운 상처 덕분에 보조개를 얻었기에.

수술비를 아끼며, 그 상처 덕분에 얻은

이 보조개는

모두 누나의 덕이다.

"아름다운 상처"란 말이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 상처는 내 삶의 한 부분이다.


그것은

내가 어린 시절,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겪은

작은 사건을 기억하게 해 준다.

어린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되어줬던

누나에 대한 감사함을 기억하게 해 준다.


그 상처는

내가 성장하면서 얻은 지혜의 일부이며,

내게는 더욱 가치 있는 보석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할머니, 왜 거짓말을 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