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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방학 숙제는 솔방울 한 자루를 따가는 것이다

우리 부모는 공부를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다.




여름 방학 숙제는

거름으로

퇴비 한 묶음


겨울 방학 숙제는

난로 불

지필

솔방울 한 자루





초등학교

시절

우리는

약 10리 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녔다.

우리들은

자연을 읽고,

자연의 소리를 들었다.


겨울 교실 난방은

솔방울이나 장작을 지펴

조개석탄으로 난로를 땠다.


여름방학숙제로는

퇴비로 쓸 풀을 베어 가지고 가고,

겨울방학 숙제로는

솔방울 한 자루를 따서 메고 갔다.

이 모든 것이

우리들에게는 당연한 일상이었다.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우리들에게는

더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부할 시간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소를 끌고 풀을 뜯기기도 하고,

아궁이에 땔 나무를 베어 오기도 했다.

저녁에는 아궁이에 불을 지펴 쇠죽을 끓였다.


가족마다

평균적으로 6명의 형제가 있었고,

때로는

10명이 넘는 형제를 품은 집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자녀들이 가족을 위한

노동력이었다.

아이들은 꿈을 꾸었지만,

그 꿈을 이루기는 어려웠다.


집안 형편이 넉넉한 몇몇 가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학교 입학은 꿈도 못 꾸었다.


여자 아이들은

서울로 가서 가정부로 일하거나

버스 안내양이 되었고,

남자아이들은 공장이나,

자동차 정비소 및 목공소에 들어가 일했다.

지금

그들은 60대 이상이 되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것이 그들을 더 강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

헌신, 인내,

그리고 가족과 자연에 대한 사랑.

그 시절,

그들이 경험한 삶은 지금의 우리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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