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 숙제는 솔방울 한 자루를 따가는 것이다
우리 부모는 공부를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7. 2023
여름 방학 숙제는
거름으로
쓸
퇴비 한 묶음
과
겨울 방학 숙제는
난로 불
지필
솔방울 한 자루
ㅡ
초등학교
시절
우리는
약 10리 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녔다.
우리들은
자연을 읽고,
자연의 소리를 들었다.
겨울 교실 난방은
솔방울이나 장작을 지펴
조개석탄으로 난로를 땠다.
여름방학숙제로는
퇴비로 쓸 풀을 베어 가지고 가고,
겨울방학 숙제로는
솔방울 한 자루를 따서 메고 갔다.
이 모든 것이
우리들에게는 당연한 일상이었다.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우리들에게는
더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부할 시간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소를 끌고 풀을 뜯기기도 하고,
아궁이에 땔 나무를 베어 오기도 했다.
저녁에는 아궁이에 불을 지펴 쇠죽을 끓였다.
가족마다
평균적으로 6명의 형제가 있었고,
때로는
10명이 넘는 형제를 품은 집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자녀들이 가족을 위한
노동력이었다.
아이들은 꿈을 꾸었지만,
그 꿈을 이루기는 어려웠다.
집안 형편이 넉넉한 몇몇 가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학교 입학은 꿈도 못 꾸었다.
여자 아이들은
서울로 가서 가정부로 일하거나
버스 안내양이 되었고,
남자아이들은 공장이나,
자동차 정비소 및 목공소에 들어가 일했다.
지금
그들은 60대 이상이 되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것이 그들을 더 강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
헌신, 인내,
그리고 가족과 자연에 대한 사랑.
그 시절,
그들이 경험한 삶은 지금의 우리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이해하는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