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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다, 그러나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만은, 제발!

축구하다가 앞니 세 개가 ㅡ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할 이야기가 참으로
많다.



중심에는

축구 이야기가 있다.

해서
여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가

있단다.

그것은

바로

'군대와 축구'

이야기이다.


극혐은
'군대 가서 축구 이야기'

이다.


남자들도

참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공수부대, 특전사, 해병대 급으로

치열한 무용담을 늘어놓는 부류가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마치

실전을 방불케 한다.

얙션까지 동원한다.


묻는다.

어디에서 어떻게

그렇게

멋진 군대 생활을 했느냐고!


그는

미소만 지을 뿐이다.


알고보면


그는

군대 면제이

방위였다.








역시
군대를 갔었고
그곳에서 축구를 했다.


1980년 8월,

논산 훈련소 23 연대에
배치됐다.


4 주 훈련과정이다.

중간에
체력 단련 시간이라고 해서
수십 명이 연병장에서

집단으로 축구를 한다.


그때

유니폼이 특별히 없다.


상대팀은

러닝셔츠,
우리 팀은

상의를 벗는 것으로 대신한다.


한 여름인지라 조금만 달려도 땀 범벅이다.


무조건

열심히 뛰어야 한다.


만약

소극적으로 뛰는 기색이 보이는 순간엔

당장
불려 나와 기합을 받는다.


나는

축구를 잘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공과 상관없이 달렸다.


이상하게도 공은 나를 거부하는 것 같았다.


공과 상관없이 홀로 뛰어본 적이 있는가?
이보다 힘든 일은 없다.


만약

이를 관객이 되어


TV화면으로 본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이겠는가!

운 좋게도

30여 분만에 처음으로 내 머리 워로 공이 왔다.
헤딩을 하려 점프하는데,

공교롭게도
키 큰 상대 선수가 함께 뛰어올랐다.


나의

앞 치아가

치켜들어 올린 그의 팔뚝에 강하게 부딪혔다.


순간
피가 튀어 올랐다.
가슴을 타고 흘러내렸다.

선혈이 낭자했다.


마치

전쟁터에서
총상을 입은 그런 형상이었다.

앞니 서너 개가 뒤로 자빠졌다.
세 개의 이가 뿌리가 흔들려 너덜거렸다.
급하게 치아를 고정시킨 후,
동료 두 명과 의무실로 갔다.

의무대 기간 사병은

일등병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그는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놓은 채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편안히 쉬고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군대는 계급이 아니라 보직이다'라고!
의무병이야말로

꿈의 보직이다.

우리는

다급해

응급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의무병은 우리에게 사정을 간단히 묻더니

귀찮다는 듯이 몇 마디 던진다.


그의 모습은
마치

사단장이 훈시하는
바로 그

위용이었다.

"야, 인마 그런 것 같고 여기를 와!
군대는 다 그런 거야.
죽지 않으면 다행이야!
빨리 가서 하던 일이나 계속해"

우리 논산 훈련병은 계급이 없다.
4주를 엄격한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작대기 하나, 즉 이등병 계급장을 받는다.


훈련소에서는

정식 계급장을 달고
그곳에 배치되어 근무하는 병사들을

'기간병'이라 부른다.
우리 훈련병에게 있어

기간병은 이등병일지라도

하늘이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내무반으로 돌아왔다.


나는 일단 누워 안정을 취했다.
두 친구는

시종

내 곁을 지켰다.


식사를 못하니,

동료들은
건빵을 반합에 을 부어

거기에 담가 불렸다.

그것을

미음처럼 으깨어 수저로 입에 넣어주었다.

누가 봐도 전쟁 중에 총상 입어 병원에 후송된 부상병, 그

모습이었다.


나는 그 두 동료에게 진한 감동을 받았고,
뜨거운 전우애를 느꼈다.

그렇게

며칠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다른 훈련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돌이켜보면

3년 가까운 군대생활 중,

그뗘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아니었나 한다.


하늘이 도왔는지

앞니가 큰 문제없이 자리를 잡았다.

나의 군대 생활 속에 축구이야기는 무용담이 아니라 슬픈 이야기이다.

군대 이야기가 나올 때면,
함께해 준 두 동료가 떠오른다.

또한

그 뒤에 니글거리며 웃는
의무병도

나타난다.

가끔

치과에 들러

의사와 마주할 때면,

그 의무병의 잔상이 오버랩된다.


나는 머리를 흔든다

의무병의 잔상이 사라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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