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an 13. 2024
꽁꽁 언
추운 호숫가 외딴 마을,
작은 집
한 채가 오롯이 서 있다.
이곳에는
세상 모든 어려움이
모여 있는 듯하다.
할아버지는 발을 절고,
할머니는
세상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다.
엄마는
아이가
겨우 두 살이었을 때,
무거운 짐을 지고
집을 떠났다.
아버지는
불안정한 일일 근로자로
가족을 부양한다.
이 집에는
특별한 아이가 산다.
눈사람을 만드는데
엄마 것은
얼굴이 없다.
엄마의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아
눈
눈썹
코
입술을
그릴 수 없단다.
ㅡ
초등학교
3학년,
세상 모든 부담을
어린 어깨에 짊어진 채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아이.
할아버지와 함께
호숫가에서 붕어를
잡고,
시각장애인 할머니의 손을 잡고
10여 리를 걸어
장터에 좌판을 벌인다.
아이의 작은 손길에는
가족을 이어주는
따뜻함이
깃들어 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차갑고
열악하지만,
그 마음속에는
따뜻한 봄이
이미
피어있다.
할아버지의 조심스러운
발걸음,
할머니의 부드러운
미소,
그리고
아버지의 피곤한 얼굴에도
사랑이 담겨 있다.
이 작은 마을에서
아이는
세상의 모든 따뜻함을 배운다.
가족은
서로를 의지하며,
각자의 부족함을 채워
나간다.
곧
찾아올 봄은
버들가지를 피워내며,
이 작은 가정에도
따뜻한 햇살을 가져다줄 것이다.
아이의 미소는
그 봄날을 앞당겨
마을에 희망의 씨앗을 뿌린다.
이 호숫가 마을에서,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가족의 사랑과 아이의 미소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힘이
되어준다.
ㅡ
때로는
가장 작은
손길이,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이 호숫가
마을의 아이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언제나
따뜻한 봄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