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an 13. 2024
중학교 때의
일이니
50여 년 전이다.
엉뚱한
친구가 있었다.
그는
평소
늘
머리를 외로 꼬고 다녀
'6시 5분'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학교를 파한
귀가 길에
느닷없이
밤송이 하나를
들고 와서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벌칙으로
밤가시를
세란다.
밤가시를 세라니
도대체
이보다
황당한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나!
공교롭게도
밤송이를 들고 온
그가
졌다.
제안한
본인이
밤가시를 세어야
했다.
모두
장난이려니
했다.
그는
호기 있게
밤가시를 헤쳐가며
세기 시작했다.
그의 자신감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밤가시는
생각보다 작고,
서로 엉켜 있어서
각각을 세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고,
그의 눈은
점점
피로해졌다.
가끔은
숫자를 잊어버려
다시
세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다 지친 한 친구가
세고 있는
밤송이를 빼앗아
멀리
던져버렸다.
황당한 벌칙은
이렇게
끝났다.
허나
이는
시작부터
잘못된 게임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던
행위였다.
그때
그
시절
그
친구들,
서너 명은
이미
세상을 등졌고,
한두 명은
병고에
시달리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
크다.
밤가시를 센
'6시 5분' 친구가
바로
친구 달삼이다.
그
역시
지금
암 투병 중이다.
고향에
들르면
달삼 친구에게
이 글을 보여줄 심산이다.
순간
말없이 빙그레 미소를 지을
친구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