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에서 산 효자손
모피 입은 아주머니와 고등학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an 31. 2024
5일장이 설 때면
별일 없는 한
그곳에 들른다.
푸근한 인심이
깃든 곳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도
여느 때처럼
그곳을 찾았다.
시장통에서
반신불수인 노인은
타이어 튜브에 하반신을 의존한 채
손수레를 끌고
생필품을 팔고 있다.
그의 모습은
마치
늙은 인어 공주 같았다.
한 유치원생은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손을 끌고
물건을 사자고 조른다.
어린 맘에
노인이 불쌍하여 돕겠다는
뜻이리라.
허나
고급 모피에
명품 백을 든 젊은 엄마는
노인의 모습이
흉측했던지
아이의 손을 세차게
잡아끈다.
이 광경을
지켜본 한 여학생이
노인에게 다가가
그들 대신
목욕 타울 하나를
산다.
나
또한
슬며시
다가가
효자손 하나를
사 들고
덜렁덜렁
걸었다.
5일장
득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