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고 쓰고, 지워지면 쓰고

미안한 바닷물







지우고 쓰고

지우고

쓰고


지워지면 쓰고

지워지면

쓴다.










바닷가

모래밭에


그의 이름을 쓰고

'사랑한다'라고

썼다.


누가 볼세라

황급

지운다.


아쉬운 마음에

쓰고


자신이 안 쓴 양

멀찌감치

서 있다.


순간

바닷물이 밀려와

그의 이름과 사랑을

지우고

이내

사라진다.


자리에


그의 이름을 쓰고

'사랑한다, 영원히!'라고

다.


이번엔

밀려들어 온 물

미안했던지


'영원히'만 지우고

사라진다.






하필

'영원히'만

지웠을까?


바닷물도

'사랑이

영원할 수 없음'을

알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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