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an 31. 2024
지우고 쓰고
또
지우고
쓰고
지워지면 쓰고
또
지워지면
쓴다.
ㅡ
바닷가
모래밭에
그의 이름을 쓰고
'사랑한다'라고
썼다.
누가 볼세라
황급히
지운다.
아쉬운 마음에
또
쓰고
자신이 안 쓴 양
멀찌감치
서 있다.
순간
바닷물이 밀려와
그의 이름과 사랑을
지우고
이내
사라진다.
그
자리에
또
그의 이름을 쓰고
'사랑한다, 영원히!'라고
썼다.
이번엔
밀려들어 온 물도
미안했던지
'영원히'만 지우고
사라진다.
ㅡ
왜
하필
'영원히'만
지웠을까?
바닷물도
'사랑이
영원할 수 없음'을
알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