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원장님은 40년 친구를 이제 그만 포기하란다.
40년 친구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Feb 1. 2024
조금 전
대학병원에 들렀다.
그곳 원장님은
중병에 걸렸으니
이제
그만
포기하란다.
나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40여 년 가까이
지켜 온 친구이자
내 인생의 동반자이기에!
그 병원은
우리 동네
구두대학병원이고,
그는
그 대학병원 원장님이다.
ㅡ
내 신발장 안에는
서너 켤레의 구두가 있다.
그중 하나는
무려 40년 가까이 세월을 함께한,
나의 오랜 동반자다.
이 구두는
그 오랜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굽을 교체했고,
낡은 가죽은
여러 번 덧대어 수선해 왔다.
구두 굽이 닳을 때마다,
가죽이 벗겨질 때마다
나는
언제나 그것을 수선하기 위해
구두 수선점을 찾았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구두 수선 아저씨는
"구두를 판매하는 사람들도
생각해 주어라"하며
이제 그만
새 구두를 사라며
웃었다.
내가
절약형이어서가 아니다.
이 구두에는
나와 함께한 수많은 추억과 경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첫 교사로 부임할 때,
또
나의 결혼식 날에도
이 구두를 신었다.
이 구두는
단순한 물건을 넘어서,
나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 안에는
나의 애환이 모두 담겨 있다.
이 구두를 신을 때마다,
나는
과거를 회상하며
그 순간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이 구두는
이제 많이 낡았고,
심지어 구두 수선 아저씨조차
더 이상 수선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이 구두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내가
이 구두를 소중히 여기는 이유는,
그것이
단지 오래되었거나,
비싼 브랜드의 구두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 구두가
나에게 주는 의미와 가치는
그 어떤 새 구두도
대체할 수 없다.
이 구두는
나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는,
나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가진 존재다.
결국,
이 구두를 신는 것은
내게 있어서
단순한 행위가 아닌,
나의 인생을 기념하는 방식이다.
비록
구두 판매업자가
새로운 구두를 권해도,
나는
이 오래된 구두를
계속해서 소중히 여길 것이다.
이 구두는
나에게 삶의 여정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 했던,
불가분의 친구와도 같다.
그렇기에
나는 이 구두를 신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이 구두는
나의 이야기이며,
나의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