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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원장님은 40년 친구를 이제 그만 포기하란다.

40년 친구







조금 전

대학병원에 들렀다.


그곳 원장님은

중병에 걸렸으니

이제

그만

포기하란다.


나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40여 년 가까이

지켜 온 친구이자

내 인생의 동반자이기에!


그 병원은

우리 동네

구두대학병원이고,


그는

그 대학병원 원장님이다.







내 신발장 안에는

서너 켤레의 구두가 있다.


그중 하나는

무려 40년 가까이 세월을 함께한,

나의 오랜 동반자다.


이 구두는

그 오랜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굽을 교체했고,

낡은 가죽은

여러 번 덧대어 수선해 왔다.


구두 굽이 닳을 때마다,

가죽이 벗겨질 때마다

나는

언제나 그것을 수선하기 위해

구두 수선점을 찾았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구두 수선 아저씨는


"구두를 판매하는 사람들도

생각해 주어라"하며


이제 그만

새 구두를 사라며

웃었다.


내가

절약형이어서가 아니다.

이 구두에는

나와 함께한 수많은 추억과 경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첫 교사로 부임할 때,

나의 결혼식 날에도

이 구두를 신었다.


이 구두는

단순한 물건을 넘어서,

나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 안에는

나의 애환이 모두 담겨 있다.

이 구두를 신을 때마다,

나는

과거를 회상하며

그 순간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이 구두는

이제 많이 낡았고,

심지어 구두 수선 아저씨조차

더 이상 수선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이 구두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내가

이 구두를 소중히 여기는 이유는,

그것이

단지 오래되었거나,

비싼 브랜드의 구두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 구두가

나에게 주는 의미와 가치는

그 어떤 새 구두도

대체할 수 없다.


이 구두는

나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는,

나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가진 존재다.

결국,

이 구두를 신는 것은

내게 있어서

단순한 행위가 아닌,

나의 인생을 기념하는 방식이다.


비록

구두 판매업자가

새로운 구두를 권해도,

나는

이 오래된 구두를

계속해서 소중히 여길 것이다.


이 구두는

나에게 삶의 여정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 했던,

불가분의 친구와도 같다.


그렇기에

나는 이 구두를 신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이 구두는

나의 이야기이며,

나의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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