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적표 조작을, 부모는 익히 아셨을 걸!
나의 첫 거짓말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8. 2023
초등학교 3학년,
내 성적표에는 잉크로 적힌 담임 선생님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상기 학생은 전 학기에 비해 성적이 떨어졌습니다. 가정에서의 각별한 학습 지도가 요청됩니다."
이에 답을
가정에서 학교로 보내야 하는데
보낼 사람이 없다.
아버지는 내가 세 살 때 돌아셨기에
어머니가 쓰셔야 되는데 ㅡ
나의 어머니,
그녀는 14살에 시집을 왔고,
19살에 첫 아이를 낳아야 했던 어머니는 당신의 이름 석 자도 읽고 쓰지 못했다.
그녀는 정신대를 피해 외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만주까지 피해 다녔다 했다.
해서
소학교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한다.
그래서
큰 누나가 어머니와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해서
동생들의 성적표에 회신을 했다.
그런
누나가 서울 제품 공장에 취직했다.
고민 끝에 내가 그 일을 맡았다.
내 생에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다.
연필로 괴발개발 그려 썼다,
어머니의 흉내를 내기 위함이다
"이 학생은 집에서도 공부를 통 안 합니다."
다행히 통과되었다.
허나
선생님도
어머님도 아셨을 것이다.
그 경험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주었다.
나의 첫 번째 거짓말이었고,
내가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는
가끔 그 성적표를 꺼내 본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아리지만,
동시에 웃음이 나온다.
그때의 상황이 어렵기는 했지만,
그것은 나의 삶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 이후로,
나는 항상 진실을 말하려고 노력했다.
성적표에 그려진
첫 거짓말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그것이 나를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기에.
ㅡ
나중
알게 된 이야기다.
성적표 조작이
나뿐이 아니었다.
어떤 친구는
8등을 3 등으로 바꿨다 한다.
8자를 예리한 칼끝으로 살짝 굵으면
3자로 만들 수 있었단다.
당시의
통념은 아닐진대
어느 정도 위안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은 것도
반복되면
만면화 되어 감각이 무뎌진다더니
이를 두고
한 말인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