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로 가득 찬 교장실, 윤효 선생의 시공간

꼬장하고 정갈한 딸깍발이 윤효 시인



난향이

풍기는

곳에


손때 결은

시집이 있는 곳,


윤효 시인의

서재였다.







온통 시집으로 가득 찬

난향이 풍기는 공간,

그곳이

윤효 선생의 집무실이다.


교장실이라기엔 너무나 가난한 가구들,

심지어 빈 좌석에도 책들이 널려있다.

잠시 눈을 감고 들여다보면, 바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오래된 출판사 사무실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무더운 한 여름,

그곳 주인은

버거운 선풍기가 덜그럭 거리는 소리를 달래며,

모시적삼 잠뱅이에 낡은 부채를 휘둘러 보낸다.


더위를 피하는 법은 단순하다.

옷을 가볍게 입고,

탁자 위 서류에 닿는 땀방울을 닦아내면 된다.

적당히 곱슬한 흰머리와 안경 너머로 빛나는

맑고 투명한 눈빛,

그것이 바로 이곳의 주인,

물결의 시인 윤효 선생이다.

윤효 선생의 집무실,

아니 그의 서재는 *춘원과 *안서가 살아있고,

*소월과 *백석이 자란 곳이다.

다섯메 오산학교의 교장실이지만,

그보다는 윤효 선생의 시의 세계가 더 가득한 공간이다.

교장실이라면

고급 가구로 꾸며진 넓은 공간을

상상하게 마련이다.

화려한 가죽 표지의 브리테니커 백과사전 전질과 세계문학전집이

먼지를 쓰고 자리하고 있는 그런 곳.


허나

윤효 선생의 집무실은 모든 면에서 예외이다.

그것은 그저 그의 옮겨놓은 서재에 불과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투박한 충청도 논산,

후덕함을 넘어

꼬장하고 정갈한 딸깍발이의

향이 물씬 풍긴다.


이곳에 놓인 책은 모두 그의 손때가 결은 책들이다. 윤효 선생의 손길이 닿은

각각의 페이지는

그의 시의 세계를 엿보는 작은 창이다.

이 모든 것이

이곳,

윤효 선생의 시공간을 이루고 있다.

공간이 책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것이 더욱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그는 시의 세계를 이곳에서 만들어낸다,


그 시의 세계는

이곳에서 흘러나온다.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서도

시를 쓰는 그의 모습은, 그저 시인

그 자체이다.


지금도

머리맡 탁자엔

윤효 시인의

'물결'이 있다.





* 춘원은 이광수

안서는 김억이다.

이 두 분은 오산학교 선생이었고,

소월과 백석 시인은 오산학교 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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