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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r 27. 2024

슬며시 부인의 옷장을 연다

하갑수 시인의 '부인의 옷장'









                부인의 옷장





                                 하갑수









부인의 옷장을 살며시 열어본다

다양한 풍경이 걸려있다

옷들이 표정관리를 한다


하얀 옷 속에서  웃음이 튀고

파란 옷 속엔 꿈이 숨었다

노란 옷 속에선 추억이 고개를 든다

검은 옷 속에 감추어진 눈물

많은 세월이 속삭인다


눈물 담긴 검정 옷을 매만지며

오늘은 어떤 말을 할까

생각이 깊어진다


옷장 속에 숨어 있는 꿈들

새로운 삶의 길 찾으라 부채질한다


꿈이 어린 파란 옷 살짝 꺼내어

침대 위에 펼친다






 






하갑수 시인의 '부인의 옷장'을

읽는 순간

나 역시

'아내의 옷장'을

슬며시 열어본다.


하갑수 시인의 '부인의 옷장'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서 비롯된 깊은 감정과 추억을

'옷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탐색하는

작품이다.


이 시는

단순히 옷장을 열어보는 행위를

넘어서,

각각의 옷이 지닌 색상과

질감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추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시의 첫 부분에서

"부인의 옷장을 살며시 열어본다"는 구절은

일상 속의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되지만,

이어지는 "다양한 풍경이 걸려있다"라고 하는 표현을 통해

옷장 속에 담긴 옷들이 각각의 색깔과 스타일로 개인의 경험, 감정,

그리고

삶의 여정을 반영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옷들이 "표정관리를 한다"라고

표현하는 부분에 이르러

독자는

미소를 짓는다.


각 옷이 지닌 독특한 분위기와 감정을

사람의 표정에 비유하여,

옷들이 마치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을 부여한다.


하얀 옷에서

"웃음이 튀고",

파란 옷 속에 "꿈이 숨어" 있으며,

노란 옷 속에는 "추억이 고개를 든다"라고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색상을 통해

각각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하얀색은

순수함과 긍정적인 시작을,

파란색은

깊은 꿈과 희망을,

노란색은

따뜻한 추억과 기쁨을 상징하며,

이를 통해

시인은 색상을 매개로 해서

인간의 내면세계를 다채롭게

드러낸다.


특히

"검은 옷 속에 감추어진 눈물"과

"많은 세월이 속삭인다"는 구절은

삶의 어두운 순간과 슬픔,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며 겪는 변화와

성찰을 상징한다.


이를 통해

시인은 옷장 속 옷들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삶의 여정에서 겪는 감정과

추억의 저장소라는 점을

강조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눈물 담긴 검정 옷을 매만지며"라는 구절과

"오늘은 어떤 말을 할까 생각이 깊어진다"는

문장은

옷장 속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의 자신과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현재의 자아를 성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을 나타내며,


"꿈이 어린 파란 옷 살짝 꺼내어

침대 위에 펼친다"는 결말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에 대한

기대를 상징한다.


'부인의 옷장'은 옷장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통해

인간의 감정, 추억,

그리고

삶의 여정을 탐색하는

시이다.





*


하갑수 시인은

후박厚朴한 사람이다.


아니

눌박訥朴에 가깝다.


미소만을 지을 뿐

말이 없다.


가끔

아주

뜸하게


부인의 옷장을

슬며시

열어보고 미소 짓는

그런

따뜻한 남자이다.


교육자로서의

일평생

그의 삶도


그렇게

학생들에게 모습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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