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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r 29. 2024

맨발로 걸으면 뭐가 좋은겨?

맨발 걷기






어제저녁

비가 내렸다.


신새벽

맨발 산책을 했다.


흙에 물이 고여

질척인다.

발이 시라다


노인이 묻는다.

"맨발로 걸으면 뭐가 은겨?"










어제저녁,

부드러운 빗줄기가

대지를 적셨다.


그 비는

말없이 모든 것을 흠뻑 젖게 만들며,

자연의 소리를

더욱 깊고 풍부하게 만들었다.


밤이 지나고,

새벽이 밝아오면서,

마음이 이끌리듯 집을 나섰다.


신발도 챙기지 않고 맨발로,

집 앞의 길을 걸었다.


길은

비가 내린 후에는 질퍽하고

물웅덩이가

곳곳에 고여 있었다.


발바닥이 흙을 느끼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차가운 물과 흙의 질감이 느껴졌다.


그 느낌은

생각보다 신선했고,

때로는 시리도록 차가웠다.


그럼에도,

그 감각은 어딘가 진정성이 느껴지는,

매우 생생한 경험이었다.


그때,

길가에서 나를 바라보던

한 노인이 말을 걸어왔다.


"맨발로 걸으면 뭐가 좋은?"


그의 물음에,

나는 잠시 멈춰 섰다.

사실 나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갑자기 마음이 끌려 나온 것뿐이었는데,

그 순간

나는 질문의 의미를 곱씹어 보았다.


"모르겠어요.

그냥

걷고 있어요."


나의 대답은 솔직했지만,

노인의 물음은

나에게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왜 우리는 때때로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것일까?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다른 이들도 이 길을 걷고 있다.

아마도 각자에게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작은 행동이

어떤 변화를 주는 것 같았다.


몸이 차가워지고,

발이 흙에 닿는 그 느낌은

더욱 자연과 가깝게

만들었다.


어쩌면

우리의 몸이 그 감각을 통해

무언가를 회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이야기했다. 


'건강한 사람은

발바닥이 땅에 닿는 느낌조차

못 느낀다고.'


그렇다면,

이 맨발의 경험이 우리에게 주는

건강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고,

 자연과의 깊은 연결을

경험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확신할 수 없었다.

이 작은 모험을 통해,

나는 분명 무언가를 느꼈다.


간단해 보이지만 깊은 경험,

자연과의 소통,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었다.


맨발로 걷는 것이 주는 물리적인 감각을

넘어서,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진 감정들과도

마주했다.

기쁨, 자유,

심지어는 작은 두려움까지도.


맨발로 걷는 행위는

단순히 물리적인 건강 이상의 것을

제공한다.


이는 마음의 건강,

영혼의 평온을 추구하는

일종의 명상과도 같다.


일상에서

잊고 살았던 순수한 즐거움과

간단한 행복을

다시 발하게 만든다.


자연과의 연결을 통해

우리는 본연의 자아를

더 잘 이해하고,

현재 순간에

더 깊이 뿌리내릴 수 있다.


노인의 질문은

나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가치를 주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때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작은 행동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며,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른 새벽의 맨발 산책은

나에게 더 많은 것을 선했다.

그것은

단순히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흙의 냄새를 맡는 것 이상이었다.


그것은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든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얼마나 작은 것에서도

깊은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를

일깨워 주었다.


그렇다.

나도,

노인도,

모두가 같은 길을 걸을지라도

각자의 발걸음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이야기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수많은 결정들

속에서

계속해서 펼쳐진다.


그 속에서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하며,

때로는 넘어지기도 하지만

다시 일어나 길을 걷는다.


맨발로 걷는 것처럼 간단해 보일지라도,

그 안에는

각자의 삶,

감정,

깨달음이 담겨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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