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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r 29. 2024

우선 행랑채와 담장을 헐었다. 그랬더니

내 소중한 친구 안봉근에게






누대로

농사꾼의 자식으로

살았다.


그 집, 수간모옥數間茅屋

아무도 살지 않아

그대로

퇴락頹落해 있다.


우선

행랑채와 담장을 허물고

텃밭을 일궜다.


개똥이네 전답

달삼이네 앞산


모두

내 정원이다.










시골길 따라 내려가니  

누대의 집, 수십 년 세월에 잠겨  

퇴락해 있어도 아름다웠네.  


행랑채와 담장, 손길에 풀려  

텃밭은 새살을 돋우어.  


아련히 기억 속 개똥이네 전답,  

달삼이네 앞산까지  

내 마음의 정원이 되었네.  


한때의 웃음과 눈물이 서린  

이 땅 위에, 새로운 꿈을 심으리.  


이제 여기는 시간이 멈춘 곳,  

마음속 가장 평화로운 정원.  

어제의 기억과 내일의 희망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리.










시골길을 따라 내려가면,

시간이 조금씩 느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도시의 소음과 분주함은

점차 희미해지고,

대신 풍경은

더욱 선명해진다.


흙냄새, 풀냄새,

그리고 꽃향기가 섞인 공기가

가슴 깊숙이 스며든다.

그렇게 누대로 이어져 온,

오랜 세월 동안

비어 있던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집은 수십 년간의 공허함 속에서도

아직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함을

간절히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퇴락 頹落해 있었지만,

그곳엔 여전히

삶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행랑채와 담장을 허물며,

나는 조금씩 그 흔적들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텃밭을 가꾸면서,

이 땅과 다시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그 소중한 작업을 통해,

집은 점점 더 생기를 되찾아갔다.


멀리 보이던 개똥이네 전답과

달삼이네 앞산은

이제 내 집안의 일부가 되어,

우리의 정원으로 변모했다.

그곳에 서면,

시간이 멈춘 듯한 평화와 안식을 느낄 수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풀잎과 나뭇잎이 부딪치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개구리 소리,

그리고 새들의 지저귐은

모두 이곳의 삶과 어우러져 있다.


이곳에서

 조상들로부터 이어받은

땅과 집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노력으로 이 집과 땅이 다시 한 번 생명력을 얻어가는 과정에서,

나 자신도 새로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게 되었다.


이곳은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나의 삶과 정체성,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개똥이네 전답에서 보이는 해 질 녘 노을,

달삼이네 앞산을 넘나드는 아침 안개는

매일같이 새로운 풍경을 선한다.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매일을 감사하며 살아간다.

이곳은 나에게 평온함을 주는

피난처이자,

내가 진정으로 속한 곳이다.


이 집과 땅이 지닌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여기까지 온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이곳에서 새롭게 펼쳐질

삶의 페이지에 새겨질 것이다.


나는 이 땅에서 느린 시간 속을 걸으며,

간직한 추억들과 새로운 추억들이

어우러지는 것을 보며 살아가고자 한다.


땅을 일구고, 집을 가꾸며,

조상들로부터 전해진 지혜를 실천하고 있다.

이 땅에 발을 딛는 것만으로도,

나는 수많은 세대에 걸쳐 이어진

연결고리의 일부임을 느낀다.


매일 아침,

창문을 열면 새로운 세상이

나를 맞이한다.

햇살이 땅을 비추고,

그 빛에 의해 생명이 움트는 것을

목격한다.


이 작은 일상의 기적들이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이곳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배운다.


바쁜 도시 생활에서 잊고 살았던,

가족과 자연,

그리고 자신과의 깊은 연결을

이곳에서

다시 찾게 되었다.


저녁이면,

마당에 앉아 하루를 되돌아보며,

 조용히 지는 해를 바라본다.

그 순간, 모든 걱정과 불안이 사라지며,

오직 평화만이 남는다.


시간이 마치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아,

그 속에서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이곳은 단순한 휴식처이자,

내 삶의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는 곳이다.

시골집과 그 주변 환경은 나에게 삶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준다.


이곳에서 건강과 행복,

그리고 진정한 자유를 찾았다.

이곳이 주는 교훈과 행복은 도시 생활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이제 이곳은 나의 정원,

나의 유토피아이다.

여기서 나는 삶의 모든 순간을 축복처럼 받아들인다.

이 작은 세상에서

큰 삶의 의미를 발견했다.

이 땅과 함께 나이 들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보며,

여기 있는 모든 생명과 함께

호흡하고자 한다.


때로는

이곳에서의 삶이 쉽지만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땅과 이 집이 가진 힘,

그리고 이곳에서 배운 것들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여기,

내 조상들의 땅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살아갈 것이다.

이곳에서의 삶은

진정한 평화와 의미를 선한다.


이 땅과 집을 되살리는 동안,

사실

그것들은 나를 되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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