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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04. 2024

풀꽃의 힘

시인 지은경







                    풀꽃의 힘





                                                     지은경






풀꽃은 학연, 지연, 혈연 없이도

풀꽃 하나

뿌리 없이 태어나 고향이 어딘지 모른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어디에든 싹을 틔우며

진흙밭에 빠지거나 가시덤불에 찢기기도 한다.


누구, 풀꽃의 이름 석 자 몰라도

여기 시의 집에 뿌리내려


기다림과 그리움의 맺힘 풀어내며

핏빛 꽃송이 피워내고 있다.






  







지은경의 시 "풀꽃의 힘"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명확한 메시지와 감정, 사상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는 단순히 자연에 대한 묘사를 넘어서, 사회의 깊은 구조와 인간 삶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시인은 풀꽃이라는 소박하지만 강력한 자연의 상징을 통해, 인간 사회의 복잡한 관계망과 그 속에서 개인이 겪는 고립과 소외감을 풍자한다.


첫 번째 구절에서 시인은 "풀꽃은 학연, 지연, 혈연 없이도"라며 시작하는데, 이는 인간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계의 구속으로부터 풀꽃이 자유롭다는 것을 시사한다. 풀꽃은 자신만의 힘으로, 어떠한 외부적 지원이나 연결 없이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과 대비된다. 이는 개인의 가치와 존재가 타인과의 관계에 의해 정의되지 않아야 한다는 시인의 믿음을 반영한다.


"뿌리 없이 태어나 고향이 어딘지 모른다."라는 구절은 풀꽃이 자유롭지만 동시에 뿌리 깊은 정체성이나 소속감 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나타낸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정체성의 혼란을 상징한다. 여기서 풀꽃은 개인의 삶에서 겪는 고독과 떠돌이 상태를 나타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을 발휘하여 살아가는 인간의 의지를 상징한다.


시의 중간 부분에서는 "생명이 있는 것들은 어디에든 싹을 틔우며 진흙밭에 빠지거나 가시덤불에 찢기기도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삶의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누구나 삶의 어려운 순간과 마주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으려는 강인한 의지와 생명력을 나타낸다.


또한, "누구, 풀꽃의 이름 석 자 몰라도 여기 시의 집에 뿌리내려"라는 구절은 풀꽃이 사회로부터 인정받거나 주목받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가치와 존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사회적 인정이나 성공에 대한 현대인의 강박을 비판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와 정체성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기다림과 그리움의 맺힘 풀어내며 핏빛 꽃송이 피워내고 있다."는 구절은 풀꽃이 겪는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고난과 어려움이 인간의 삶에서 불가피하게 따르는 요소임을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과 의미를 찾아내어 피어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찬미한다. 핏빛 꽃송이는 고통과 시련을 겪는 동안에도 변함없이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꾸려 나가는 인간의 의지와 힘을 상징하며, 이는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풀꽃의 힘'에 대한 궁극적인 표현이다.


시 전반에 걸쳐, 지은경은 풀꽃이라는 자연의 소박한 요소를 통해 인간의 삶, 사회적 관계, 그리고 내면의 힘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한다. 풀꽃은 인간 사회의 복잡한 맥락을 벗어난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이 갖추어야 할 본질적인 특성과 가치들을 상기시킨다. 즉, 풀꽃은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인정하고 가치를 찾으며, 어떠한 외부적 조건이나 인정 없이도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이상적 모습을 대변한다.


이 시에서 풀꽃은 단순히 자연의 한 부분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 잠재된 힘과 무한한 가능성의 상징으로 확장된다. 풀꽃의 삶과 투쟁은 인간이 겪는 유사한 경험과 내면의 싸움을 반영하며, 이를 통해 시인은 인간 삶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깊은 의미를 탐색한다. 시인은 풀꽃을 통해 인간 개개인이 겪는 고통과 고립,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강인한 의지를 아름답게 그려내며, 우리 모두가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 갈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풀꽃의 힘"은 따라서 단순한 자연 묘사를 넘어서, 인간의 삶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시인 지은경은 풀꽃이라는 비교적 작고 소박한 대상을 통해 인간 삶의 복잡성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속에 내재된 강인한 힘을 탐구한다. 이러한 시적 탐구는 우리에게 자신의 삶과 주변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며, 내면의 힘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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