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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07. 2024

낮달 ㅡ  친구의 부음訃音을 접하고

친구의 죽음

   




                   낮달




                                        주광일






요즈음 나는 잊을만하면 전해오는

부음訃音에도 무덤덤해졌네

어릴 적 친구의 별세소식을 접하면

나는 머리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네

그리고 성호를 그으며 잠시 눈을 감고

고인의 명복을 위해 기도하네

간혹 낮달이 말없이 나를

내려다볼 때도 있다네














시인 주광일은

도대체

시어를 어찌 이리 주무룰 수 있을까?


제목을

어떻게

'낮달'로 잡을 수 있었을까!


시인은 슬픔과 상실, 그리고 일상 속에서의 소소한 순간들을 포착하고 있다.

시는 먼저 죽음에 대한 뉴스가 잦아도 이제는 무덤덤해졌다는 시인의 심리 상태에서 시작한다. 이는 성숙해지거나 냉담해진 현대인의 일반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자주 접하는 죽음의 소식에 대한 마음의 방어기제일 수도 있다.


첫 번째 절에서 시인은 "요즈음 나는 잊을만하면 전해오는 부음訃音에도 무덤덤해졌네"라고 말하며, 죽음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실 속에서도 그에 대한 감정이 메마르고 있다고 표현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정서적 소외와 무력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시인 개인의 내면적 고뇌를 반영한다.


두 번째 절에서는 "어릴 적 친구의 별세소식을 접하면 나는 머리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네"라고 시작하는데, 이는 죽음 앞에서의 전통적인 반응을 나타내며, 고인을 향한 경건한 기도와 추모의 의식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행동은 고인에 대한 존경과 사랑, 그리고 잃어버린 이와의 연결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반영한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간혹 낮달이 말없이 나를 내려다볼 때도 있다네"라고 말하는 부분은 매우 상징적이다.


낮달이라는 이미지는 흔치 않은 자연 현상으로, 보통은 보이지 않아야 할 것이 낮에도 눈에 띄는 듯한 모습을 통해, 죽은 이들의 존재가 여전히 우리 일상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음을 나타낸다.

이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섬세하게 다루면서도 시적 이미지를 통해 시인의 감성과 상상력이 어우러진 부분이다.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죽음에 대한 무덤덤한 태도와 함께, 전통적인 추모의 방식과 자연 현상을 연결 짓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죽음과 그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낮달'은 일상과 비일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심오한 감정과 사색의 여지를 제공하며,

이는 주광일 시인의 작가의식이 깊이 있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를 통해

시인은 현대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그리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고 있다.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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