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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07. 2024

시간의 무게

파장 후 노파의 떨이









                        시간의 무게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두렁
비집고 나온 쑥 한 줌
투박한 손길 애처로이 다듬는 파, 고추, 상추 위로
눈물방울 하나, 또 하나 고이네

파장罷場한 지 오래
희미한 가로등 아래 꿈틀대는
삶의 온기
허리 굽은 노파의 신음 소리
땅에 닿을 듯 매달린 절망의 무게를 드러내며
골목 안 고요를 깨뜨린다

희망의 싹은 조용히, 아주 조용히
흙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장터의 쓸쓸함 속에도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소박한 꿈들, 묵묵히 버티는 일상의 아름다움
떨이를 기다리는 노파의 눈빛
가난의 무게 이겨낼 작은 희망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 숨 쉬네

이 골목, 이 시장, 이 순간들이
서민의 시린 애환
끝없는 기다림과 희망을
가로등 아래 희미하게나마 비추는
이 골목의 노래로 남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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