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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16. 2024

황사가 날아오는 날

시인 이오동









                      황사黃沙






                                                     이오동








창 밖 풍경들이 흐릿하다

건물과 건물의 경계마저 지워진다

사막의 각질이 이곳까지 날아와 하늘을 점령하고

거리에는

입과 코를 가린 침묵이 지나간다


뉴스에는 연일

황사주의보 미세먼지주의보 건조주의보 산불주의보

사람들 머리 위로 주위보가 쏟아진다


목소리로 사람을 낚는

보이스피싱이 밀려오고

눈을 가리는 가짜뉴스와 문자가 밀려오고


방심하면 우리를 낚아채는

위험주의보가 끝없이 밀려온다


황사가 날아오는 날

마스크 한 장에 숨을 밀어 넣고

비상경보가 울리는 도시로

사람들은 밥을 벌러 나간다

우울한 봄날에도 꽃은 피고 있다












이오동 시인은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들과 그로 인한 개인의 고립감을 '황사黃沙'라는 자연현상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황사는 중국의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으로, 이 시에서는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사회적, 정서적 혼란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사용되고 있다.


첫 번째 연에서

시인은 "창 밖 풍경들이 흐릿하다"라고 시작하여, 시각적으로 뿐만 아니라 인식적으로도 세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건물과 건물의 경계마저 지워진다"는 말은 사회적 경계와 개인의 정체성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두 번째 연에서는

"사막의 각질이 이곳까지 날아와 하늘을 점령하고"라는 구절로

황사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닌,

외부의 부정적 영향이 개인의 일상에 침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입과 코를 가린 침묵이 지나간다"는 표현은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이것이 곧 의사소통의 부재와 사회적 고립을 암시하고 있다.


세 번째 연에서는

 "뉴스에는 연일"로 시작하는 부분이 현대 사회의 정보 과잉과 그로 인한 혼란을 강조한다.

"황사주의보 미세먼지주의보 건조주의보 산불주의보"와 같은 연속된 경보들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정보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는 것을 나타내며,

이는 개인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네 번째 연에서는 사기와 속임수를 주제로 다룬다.

"목소리로 사람을 낚는 보이스피싱"과 "눈을 가리는 가짜뉴스와 문자"는

현대 사회에서 정보를 통한 속임수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판별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방심하면 우리를 낚아채는 위험주의보가 끝없이 밀려온다"는 표현을 통해,

이러한 정보들이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긴장감과 불안을 안겨주며 일상을 지배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섯 번째 연에서는

황사의 물리적, 심리적 영향을 다루면서,

"마스크 한 장에 숨을 밀어 넣고 비상경보가 울리는 도시로 사람들은 밥을 벌러 나간다"라는 구절로

일상의 투쟁을 표현한다.

이 구절은 개인이 생존을 위해 불안과 위험을 감수하며 삶을 이어가야 하는 현실을 드러낸다.


또한, "우울한 봄날에도 꽃은 피고 있다"는 마지막 행은

비록 사회적, 자연적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아름다움이 존재함을 암시하며, 그 자체로 위안과 격려를 제공한다.


이 시를 통해

시인 이오동은 황사黃沙라는 자연 현상을 현대 사회의 불안과 혼란, 정보의 홍수, 사회적 고립 등과 연결 짓는다.


이러한 요소들이 개인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도 끊임없이 꽃피는 희망을 찾아내려는

시인의 노력이 돋보인다.


이 시는 현대인이 직면한 여러 도전들을 은유적으로 그리며,

독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되돌아보고 내면의 힘을 발견하도록 격려한다.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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