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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17. 2024

유형지로부터의 엽서 37ㅡ 낙화

시인 주광일








         유형지로부터의 엽서 37

            ㅡ낙화



                                                 시인 주광일






흐느끼고 있는 것은

밤새 잠 못 이루는

착한 사람들만이 아니다


이곳 유형지에서는

들판의 앙상한 나무도

떨어지는 꽃잎들도

바람 소리에 잠 못 이루며

밤새 흐느끼고 있다


들판의 나무는

자유의 의미도 모르는 채

바람 따라 흘러가는

구름이 부러워

밤새도록 흔들리고

밤새도록 울고 있다


슬픔처럼 이름도 없이

떨어지는 꽃잎들은

무엇 때문에 울고 있는가

아무도 모른다


떨어지며 우는 것

이름 없이 사라지는 것

외로운 나무 옆의

꽃잎들만은 아니다













시인 주광일의 작품인 "유형지로부터의 엽서 37"은 자연의 비유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분열과 내부 갈등의 심각성을 애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자연의 소리와 모습을 통해 인간 내면의 고통과 사회적 현상을 동시에 그리고 있다.


시의 첫 부분에서 시인은 "흐느끼고 있는 것은 착한 사람들만이 아니다"라며 시작한다. 이 구절은 고통과 슬픔이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암시하며, 자연과 인간의 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시인은 유형지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들판의 나무와 떨어지는 꽃잎들이 밤새도록 바람 소리에 잠 못 이루며 흐느끼고 있는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고통의 보편성을 드러낸다.


들판의 나무가 자유를 모르고 바람 따라 흘러가는 구름을 부러워한다는 부분에서는, 자유를 갈망하나 그것을 이룰 수 없는 개인의 안타까움이 투영된다. 나무가 밤새도록 흔들리고 울고 있는 것은 한국 사회 내부의 이념적 분열과 갈등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분열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내면적 고통과 연결된다.


또한, "슬픔처럼 이름도 없이 떨어지는 꽃잎들은 무엇 때문에 울고 있는가 아무도 모른다"는 구절에서는 갈등과 분열로 인한 희생자들의 슬픔과 고통이 간과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무관심과 이해 부족을 비판하는 동시에, 사회적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시인은 현대 한국 사회의 이념적 분열을 냉전 시대의 남북 갈등보다도 더 큰 문제로 제시한다. 이는 국가 내부의 반목과 질시가 한국 사회를 어떻게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현하는 것이다. 시인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가와 민족의 평화를 외치고 있다.

이념적 분열을 넘어서 평화와 화합을 추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유형지로부터의 엽서 37"은 자연을 통한 비유와 상징을 사용하여 한국 사회의 아픔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독자에게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시이다. 시인 주광일은 이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의 분열을 넘어서 인간과 자연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슬픔과 아픔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며, 갈등을 해결하고 화합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으로 상호 이해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시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자연의 이미지는 단순히 배경으로서의 기능을 넘어서, 사회적 현상과 감정의 메타포로 작용한다. 유형지의 들판과 나무, 꽃잎은 각각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을 상징하며, 그들이 겪는 내적 갈등과 외적 압박을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시인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깊은 연결고리와 그로 인한 공감의 힘을 강조한다.


시의 구성은 각각의 자연 요소가 겪는 고통과 그 고통의 원인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사회 내부의 갈등과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도록 유도한다. 이는 시적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보다 깊은 성찰을 가능하게 하며, 갈등의 복잡성과 그로 인한 개인 및 집단의 심리적 파장을 탐구하게 만든다.


이러한 시적 표현은 현대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이념적 양분과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을 개선하고자 하는 시인의 강렬한 열망을 반영한다. 주광일은 이념적 대립을 넘어서는 국가적 단합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이를 통해 국가와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요컨대, "유형지로부터의 엽서 37"은 자연과 인간의 고통을 공유하는 모습을 통해 한국 사회의 이념적 분열을 효과적으로 비판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이다.

시인의 애국적 열정과 깊은 사회적 관심이 이 시를 통해 강력하게 표현되어, 독자에게 감동과 동시에 사회적 고민을 유발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는다.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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