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19. 2024

고향의 계곡에서 펼쳐지는 교향악

자연의 향연










고향의 산골짝은

신비로운 비경이 펼쳐진

자연의 무대다.








매일 새벽이면 으름덩굴은 태양의 첫인사를 받아들이기 위해 기지개를 켜며, 자연의 소리 없는 음악에 맞춰 느린 춤을 춘다. 이 녹색 무대 위에선, 다섯 손가락 같은 잎이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장엄한 자연의 선율을 이끌어간다.

각 잎마다 앙징맞게 매달린 이슬방울들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자연이 베푸는 아침의 선물과도 같다.


그런데 이 평화로운 광경 속에 어느새 퍼져나간 소문 하나. 키 큰 고라니 한 마리가 지난밤, 으름덩굴 아래 자리를 펴고 담요처럼 풀밭에 몸을 맡겼다는 이야기다. 고라니가 떠난 자리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지만, 이곳을 찾은 이들의 상상 속에서는 그 자리가 한 편의 동화처럼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었다.


으름덩굴의 이웃, 작지만 향기로운 인동초는 그윽한 향을 내며 오른쪽으로 몸을 뒤척이듯 넝쿨손을 감아올린다. 이 작은 식물의 향연은 마치 주변을 채우는 향수병을 엎지른 듯, 공기 중에 풍기는 향기가 이곳을 방문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인동초의 부드러운 향기는 들숨과 날숨 사이에 자리 잡으며, 방문객들에게 머무는 동안의 휴식이 얼마나 깊은지를 일깨운다.


이 모든 것을 즐기는 이들 중에는 제비잠자리 부부도 있다. 이 곤충의 신사는 그의 배우자와 함께 짝짓기 비행을 하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공유한다. 제비잠자리의 우아한 비행은 마치 공중 발레리나가 무대 위에서 펼치는 춤사위와 같아, 이들의 날갯짓 하나하나가 이 숲의 풍경에 생동감을 더한다.


이렇게, 고향의 계곡은 매일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을 품은 채로 조용히 삶을 이어간다. 계곡의 이야기는 오래된 나무의 껍질처럼 시간 속에 새겨져 자연의 속삭임을 담아내며, 이를 경험한 이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는다. 이 작은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일상들은 결국 우리들의 삶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서로를 의지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함께 공존의 미학을 만들어간다.

이곳은 단지 산골짝의 풍경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서로 얽혀 하나의 커다란 생명 네트워크를 이루는 살아 있는 갤러리다.


시간이 흘러도 이 계곡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색깔과 향기는 바뀌지만, 여전히 이곳은 자연과 그 속에 살아가는 생명들에게 안식의 장소를 제공한다.

봄이면 꽃들이 만발해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여름이면 푸른 잎새들이 그늘을 제공하며 쉼터를 만든다.

가을이면 낙엽이 길을 덮어 새로운 풍경을 선사하고,

겨울이면 눈이 내려 숲을 하얀 드레스로 갈아입혀 준다.


이 자연의 순환 속에서, 작은 생명들은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하며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제비잠자리의 우아한 날갯짓, 인동초의 향기로운 메시지, 으름덩굴의 탄력 있는 몸짓은 모두 이 계곡의 일원으로서 자신들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계곡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모든 광경은 마치 하나의 연극과도 같다. 각각의 요소가 서로를 보완하며 전체의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자연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끊임없는 드라마의 현장이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며 잠시 동안 세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내적 평화를 찾는다.


이러한 고향의 계곡은 그 자체로 시간을 초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곳은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자, 돌아가고 싶은 정서의 근원지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이 계곡은,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본질을 다시 일깨워 주는 거울과도 같다.


그렇게 고향의 계곡은 계속해서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과 함께 자연의 노래를 부르며 세상과 소통한다.

이 소박하면서도 깊은 교향곡은 오래도록 마음 한 켠에 울려 퍼지며, 우리가 언제나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이 멈춘 듯한 피난처를 제공한다.

이 고향의 계곡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향연은, 지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는 무대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청람 김왕식

작가의 이전글 사랑의 매듭은 결혼인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