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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19. 2024

곡우 穀雨,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곡우










오늘은 4월 19일, 곡우 穀雨이다.

곡우 穀雨는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하는 중요한 날로, 농민들은 이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땅이 마르게 됨을 우려한다. 그만큼 곡우는 우리 조상들에게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시기였으며, 이에 따른 여러 민간신앙과 관습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를테면, 곡우 무렵 못자리를 준비하며 볍씨를 담그는 일에 부정한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한다.

또한, 토지신이 질투하여 부정하게 접근한 이들에게는 쭉정이 농사를 지으라는 저주를 내린다 하여, 이 시기에는 부부가 함께 자는 것을 꺼리기도 했다.


이처럼 곡우는 단순한 계절의 변화를 넘어서, 우리 조상들의 삶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문화적 요소로 작용했다. 곡우에는 폭포에서 물을 맞으면 여름철 더위를 모르고 신경통이 나은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는데, 이는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서로를 치유할 수 있는 신비로운 힘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이 시기에 나물을 먹으면 좋다고 하여, 곡우가 지나기 전에 나물을 채취하는 것이 좋다는 민간 지혜도 있습니다. 나물이 이때 가장 연하고 맛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나무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곡우물’을 마시는 행위도 곡우에 행해진다. 곡우물은 특히 여성에게 좋다고 전해지며, 이는 경칩에 마시는 ‘고로쇠물’이 남성에게 좋은 것과 대비되는 흥미로운 현상이다. 이러한 물은 자연의 선물로서, 그 해의 농작물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곡우 穀雨가 지나면서 바다에서도 변화가 일어나는데, 겨울을 보낸 조기가 북상하여 충청도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쯤에 도착한다. 이 시기에 잡히는 조기를 ‘곡우사리’라 부르며, 크기는 작지만 맛이 연하고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곡우는 농사뿐만 아니라 해산물의 계절적 이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곡우의 비는 단순히 물을 뿌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생명을 유지하고, 자연과 인간이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기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 시기를 맞이하여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연의 선물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했으며,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곡우를 맞이하여 조상들의 지혜를 되새기며, 우리는 자연과 더욱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다.

 이 비가 뿌리는 것은 단지 물뿐만 아니라,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생명의 연속성과 그 속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이야기와 전통들이다. 이러한 전통적 지식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그 의미를 잃지 않고, 우리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도시의 바쁜 일상 속에서 자연과 멀어져 가고 있지만, 곡우처럼 중요한 자연의 시기를 기리며 조상들이 해 온 대로 자연의 섭리에 따르려는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는 우리가 환경과 조화롭게 살아가야 할 필요성을 상기시켜 주며, 자연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무수한 혜택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기도 하다.


또한, 곡우기간 중 이루어지는 다양한 민속 행위들은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고, 세대 간 전승을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예를 들어, 곡우물을 함께 나누어 마시며 이웃과의 교류를 도모하고, 곡우사리를 함께 잡아먹으며 해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것은 공동체의 화합을 이루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처럼 곡우는 단순한 날씨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삶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문화적 요소이며, 이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곡우를 통해 자연의 리듬을 이해하고, 이를 존중하는 것은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다. 자연과의 깊은 연결을 통해 우리는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되며, 이는 곧 생명을 유지하고 지키는 데 필수적인 접근법이 된다.


결국, 곡우 穀雨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친다. 자연의 선물을 받아들이고, 이를 존중하며, 그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길이다.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더욱 풍부하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곧, 곡우의 교훈을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쉬게 하는 방법이며,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이다.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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