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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19. 2024

사랑의 매듭은 결혼인데

사랑과 우정








              사랑의 매듭은 결혼인데





인생의 황혼에 서서

과거를 돌아보며,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의외로 서늘하다.


많은 노부부가 "아니"라고 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단순한 불만이나 지친 마음의 표현일까, 아니면 그들의 결혼 생활 전반에 대한 깊은 성찰일까?

결혼은 사랑으로 맺어진 매듭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서로의 모습이 변해갈 때, 그 매듭은 때때로 너무 꽉 조여 오기도 하고 어느새 풀려버리기도 한다. 니체는 이러한 불행한 결혼 생활을 사랑의 결핍이 아니라 우정의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사랑이 시작이라면, 우정은 그 사랑을 지탱하는 뼈대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결혼의 조건으로 삼지만,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풍요롭게 하는 것은 바로 우정이다. 우정은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 배려에서 나온다. 배우자가 단순한 연인을 넘어 소중한 친구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일상의 소소한 갈등을 넘어서는 힘을 얻는다.


하지만 많은 부부가 결혼을 통해 우정을 키우기보다는 서로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며 각자의 길을 걷는다. 초기의 뜨거웠던 사랑이 식어가고 일상의 무게에 짓눌리면서, 무심코 상대방을 소홀히 대하기 쉽다. 이러한 태도는 점점 불만을 쌓게 만들고 결국은 서로에 대한 깊은 회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년에 이르러서야 많은 이들이 이러한 문제를 깨닫고는 한다. 사랑이 처음에는 불꽃처럼 타올랐을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열정은 자연스레 식어간다. 그렇게 되면 남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작은 배려와 이해, 곧 우정이다. 이 우정이 부족하면, 누구라도 다시 시작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른 선택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결혼 생활의 성패는 우정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서로를 친구로서, 동반자로서 존중하는 마음. 이것이야말로 함께 나이 들어갈 수 있는 가장 견고한 기초이다. 노부부가 다시 태어나도 배우자와 결혼하겠다고 답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서로의 좋은 친구가 되어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결혼의 의미일 것이다.

사랑의 매듭이 결혼이라면, 그 매듭을 굳건히 하는 것은 바로 우정이다. 결혼 생활 중 우정이 결핍되면,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멀어짐은 무심결에 시작되어 누적되며, 결국에는 서로를 향한 마음의 거리를 넓혀만 간다.


마음의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사소한 오해와 다툼이 빈번해진다. 이는 각자가 상대방을 자신과 동일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기대와 다르면 실망감을 표출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한때는 사랑으로 뭉쳤던 두 사람 사이에 깊은 균열이 발생한다.


이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생기는 간극을 메우는 것이 우정이다. 우정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상대의 결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진정한 친구는 상대의 약점을 들추어내지 않고, 그를 보완해주려 한다. 부부 사이에 이러한 우정이 자리 잡으면, 작은 오해도 쉽게 풀리고, 감정의 상처도 빠르게 치유된다.


불행히도, 많은 부부가 결혼 생활을 '관리'해야 할 중요한 관계로 여기지 않는다. 이들에게 결혼은 종종 '이미 해결된 일'로 여겨지며, 결혼 초기의 열정에 의존해 나머지 삶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관계는 마치 정원과 같아서, 지속적인 관심과 보살핌이 없으면 방치된 정원처럼 황폐해진다.


노년에 이르러서야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관계에 필요했던 것이 바로 이런 우정의 관리였음을 깨닫는다. 이러한 깨달음은 때로는 너무 늦어서, 이미 두 사람 사이의 깊은 골은 메우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있다. 그래서 "다시 태어나면 다른 선택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부정적인 답이 돌아오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교훈을 미리 깨닫고, 결혼 생활을 사랑뿐만 아니라 우정으로도 다져가야 한다. 우정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가까이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랑을 더욱 튼튼하게 지킬 수 있다. 결혼은 결국 서로가 서로의 가장 가까운 동반자이자 친구가 되어 함께 성장하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여정이다. 이 여정 속에서 우정이라는 길잡이가 우리를 지혜롭고 사랑스러운 결말로 이끌어 줄 것이다.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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