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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28. 2024

까마귀가 삐쩍 말라 있다

시인 주광일의 '까마귀'

        





■     


                           


                       까마귀


                                                         시인 주광일



깊은 바다처럼 짙푸른 하늘 너머로 까마귀 한 마리 날고 있다. 내가 지금 여행 중인 일본 이바라키현 햇볕 따사로운 풀밭에서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 듯이, 분수에 넘치는 횡재 같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 듯이, 유유히 날고 있다.
이전에 내가 일본에서 만난 까마귀들은 예외 없이 통통하게 살이 쪘었는데, 저 까마귀는 삐쩍 말라 있다. 그래서인가 이곳의 까마귀가 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아, 여윈 까마귀여. 가여운 까마귀여.
그대는 비바람 피할 집이나 있는가. 정녕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는가.

 






시인 주광일의 시 "까마귀"는 여러 층위에서 해석될 수 있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깊은 바다처럼 짙푸른 하늘 너머로 까마귀 한 마리 날고 있다."
   이 문장은 광활하고 깊은 바다를 연상시키는 짙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까마귀가 날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다. 여기서 '깊은 바다'와 '짙푸른 하늘'은 까마귀의 자유로움과 무한함을 상징하며, 일상에서 벗어난 넓고 광대한 세계를 표현한다.

"내가 지금 여행 중인 일본 이바라키현 햇볕 따사로운 풀밭에서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 듯이, 분수에 넘치는 횡재 같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 듯이, 유유히 날고 있다."
   이 구절은 내러티브의 관찰자가 여유롭고 평화로운 상태에서 까마귀를 바라보고 있음을 나타낸다. '원망하지 않는 듯이'와 '횡재를 기대하지 않는 듯이'는 까마귀가 순수하고 단순한 삶을 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인간 세계의 욕심과 복잡함에서 벗어난 자연의 모습을 대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전에 내가 일본에서 만난 까마귀들은 예외 없이 통통하게 살이 쪘었는데, 저 까마귀는 삐쩍 말라 있다."
   이 문장은 일반적인 까마귀와 다른 특이점을 지적하며, 이 까마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고독을 암시할 수 있다. 삐쩍 말라 있는 까마귀는 어쩌면 현실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투영한 것일 수도 있다.

"아, 여윈 까마귀여. 가여운 까마귀여. 그대는 비바람 피할 집이나 있는가. 정녕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는가."
   이 부분에서 시인은 까마귀에 대한 동정과 애정을 표현한다. '비바람 피할 집'과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는가'라는 질문은 까마귀의 삶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어려운지를 강조하며, 동시에 인간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한다.

이 시는 간결하고 명확한 언어로 깊은 감정과 성찰을 전달한다. 자연과 까마귀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외면적 삶을 탐구하는 반성하는 장치로 사용한다. 시적 화자는 감상적이며, 리듬과 이미지를 사용해 독자의 감정을 자극하고, 자연을 통한 인간 삶의 성찰에 초점을 맞춘다.

시인은 까마귀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삶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까마귀의 여윈 모습은 인간 세계의 물질주의와 대비되며, 진정한 행복과 만족이 물질적 풍요가 아닌 다른 곳에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자연 속에서의 간소하고 소박한 삶이 오히려 더 큰 자유와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이 시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겨야 하는지에 대해 사유하게 만든다.

 주광일 시인의 "까마귀"는 단순한 자연 묘사를 넘어, 현대 사회와 인간의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풀어내는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 시는 현대인들이 겪는 소외감과 외로움을 치유하는 데 일조할 수 있는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깊이를 제공한다.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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