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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29. 2024

           농籠          

시인 박진우








                               농籠



                                                               시인  박진우






17 세 꽃 가슴 잠긴

그 옛날 안방을 장식하던

소멸되지 않은 시간 속에

묻힌 산


그의 비단 같은 그리움이

차곡차곡 옛 기억을 불러

이승의 산은 저승의

그를 잇고 있다


큰 산 묵묵히 백 년

이승 반백년

저승 반백년

이은 침묵의 산은


거실 귀퉁이에서

따뜻하고 은은했던

그의 손때가 발하듯

비발디 사계 겨울 2악장

선율의 신비가 조명되고

있다












박진우 시인의 시

"농籠"은 할머니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장롱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소중함을 섬세하게 탐구한다.


이 시는 각 행에서 나타나는 상징과 이미지를 통해 과거와 현재, 인간의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깊이 있는 주제의식을 보여 준다.


첫 번째 구절에서

 "17 세 꽃 가슴 잠긴 그 옛날 안방을 장식하던 소멸되지 않은 시간 속에 묻힌 산"은 농籠이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한 인간의 청춘과 그 시절의 감정들을 간직한 존재로 묘사된다.


여기서

"17세 꽃 가슴"은 젊음과 생기를 상징하며,

"소멸되지 않은 시간 속에 묻힌 산"은 시간을 초월한 가치와 기억을 상징한다. 농籠이 안방을 장식했던 그 시절은

여전히 그 가치가 소멸되지 않고 장롱 속에 보존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구절

"그의 비단 같은 그리움이 차곡차곡 옛 기억을 불러 이승의 산은 저승의 그를 잇고 있다"에서는

농籠을 통해 할머니의 과거가 현재와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비단 같은 그리움"은 고운 감정과 그리움을 표현하며, 이는 과거의 기억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는 묘사를 통해 과거의 소중함과 지속적인 영향력을 강조한다.


세 번째 구절

"큰 산 묵묵히 백 년 이승 반백년 저승 반백년 이은 침묵의 산은"은

시간의 흐름과 인간 삶의 무게를 나타낸다.


이는 장롱이 지닌 시간적 깊이와 역사성을 상징하며, 인간의 존재가 유한함을 상기시킨다.


마지막 구절에서는

 "거실 귀퉁이에서 따뜻하고 은은했던 그의 손때가 발하듯 비발디 사계 겨울 2악장 선율의 신비가 조명되고 있다"는 문장으로,

농籠이 단순한 물리적 존재를 넘어 감성적,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 준다.


여기서 비발디의 '겨울 2악장'의 선율은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과 고상함을 나타내며, 할머니의 손때와 정성이 장롱을 통해 현재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박진우 시인의 "농籠"은 기억과 시간의 중첩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역사를 탐구하며, 물질적 존재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 시다.


이 시는 할머니의 옛 장롱이 간직한

과거의 역사와 정서를 통해, 개인의 기억이 어떻게 공간을 초월하여 가족과 세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지를 세밀하게 드러낸다.


장롱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세대 간의 연결고리로 기능한다.


시의 언어적 선택과 구조도 주목할 만하다. 시인은 전통적인 비유와 상징을 사용하여 감정의 깊이를 표현하는 동시에, 시적 이미지를 통해 시각적으로도 풍부한 느낌을 전달한다.


 예를 들어,

"비단 같은 그리움"과

"차곡차곡 옛 기억" 같은 표현은

물리적 감각을 넘어서 감정의 세밀한 뉘앙스를 포착한다.

이를 통해 시인은 독자에게 감정이입의 통로를 제공한다.


또한, 시인은 시간과 기억의 흐름을 '산'이라는 이미지로 연결지어 이를 시적 주제로 확장한다.

여기서 '산'은 견고하고 오래 지속되는 자연의 이미지로, 장롱과 그 안에 담긴 기억들이 시간을 초월해 지속될 수 있는 힘을 상징한다.

이는 장롱이 단순한 저장 공간을 넘어서서, 시간과 기억을 보존하는 신성한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특히 비발디의

"사계 겨울 2악장"을 언급하는 것은,

사계 2악장의 겨울은 '따스한 안방의 이미지'다.


하여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정이 어떻게 예술을 통해 조화롭게 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 다.

음악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매체로서, 장롱 속에 간직된 할머니의 기억과 감정이 현재에도 여전히 살아있고,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음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시적 표현과 이미지는

시인 박진우가 어떻게 기억과 시간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개인의 삶과 역사가 어떻게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탐구하는지를 보여 준다.


"농籠"은 시간과 기억의 복잡성을 탐색하면서도, 가족과 세대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개인적 기억의 소중함을 치유하고 공유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시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장롱' 속에 간직한 기억과 역사를 통해 더욱 풍부하고 의미 있는 삶을 이어갈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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