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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01. 2024

참깨 타작

시인 백영호








                              참깨 타작


                                                        시인 백영호


해살이 고추잠자리 이마 붉게
물들이는 오후, 할미는 깻단을
거꾸로 매달고 매타작을 하신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의심 나는 뼈마디마디
다시 때리고 털며 서슬 퍼런
곤장으로 옆구리를 팬다

매에는 장사 없다 했던가
오뉴월 빗살과 바람에 살 섞고
구시월 땡볕까지 불러들여
동침한 사건들 감출 길 없음에
짜르르 짜르르
숨김없이 깨알 쏟아내고 있다

한참을 쪼그리고 앉았다가
일어서는 할미의 등 굽은 허리
쭈욱 쭉 퍼지는 찰나
초록 눈웃음이
수북이 쌓인 깨알 위로
결 고은 파동으로 퍼지고 있다.









백영호 시인의 시
"참깨 타작"은 한국의 농촌에서의 생활과 전통적인 작업 과정을 통해 인간의 삶과 자연의 순환을 강렬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시는 할머니가 참깨를 타작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첫 번째 구절에서는

"해살이 고추잠자리 이마 붉게 물들이는 오후"라는 서술을 통해 여름의 한낮을 묘사하면서,

농작업이 진행되는 시간과 환경을 생생하게 그린다.
이는 독자에게 시각적 이미지와 더불어 감각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할머니가 참깨단을 거꾸로 매달고 매타작을 하는 모습은 세대를 거듭하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적인 농사 작업 방식을 상기시키며,

할머니의 움직임에서는 강인함과 끈기가 느껴진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와 같은 반복적인 동작은 농촌 생활의 반복성과 노동의 지속성을 드러내며, 이는 자연의 순환과도 연결된다.

시의 중간 부분에서는

"매에는 장사 없다"라는 표현을 통해 이 노동이 순수한 수고와 헌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하며, 이는 시대를 초월한 농민의 삶의 철학을 반영한다.
오뉴월의 빗살과 바람, 구시월의 땡볕은 계절의 변화를 상징하며, 이러한 자연의 요소가 참깨와 함께 어우러져 생명을 이어가는 과정을 상징한다.

할머니가 일어나는 모습에서는 그녀의 굽은 허리가 "쭈욱 쭉 퍼지는 찰나"로 묘사되며, 이는 노동의 무게와 시간의 흐름을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마지막 구절에서의 "초록 눈웃음"은 희망과 만족감을 상징하며, 이는 수고로움 속에서도 자연과 함께하는 삶에서 오는 보람과 기쁨을 나타낸다.

백영호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삶의 지속 가능성과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독자에게는 이러한 연결 고리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과 자연에 대한 존중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 시는 단순한 농작업의 묘사를 넘어서서 삶과 자연의 깊은 연결을 탐구하며,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겪는 고된 노동과 시간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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