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0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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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똥이다
시인 백영호
나는 똥이다
눈 뜨면 날마다
주인의 온갖 노폐물
끌어안고 죽는다.
나의 임무는
삼백예순날
주인어른 건강 제일주의
내일도
일찍 일어나
주인님 건강 살피며
기꺼이 순장조殉葬組 되리라.
ㅡ
급기야
똥이 시가 됐다.
시인 백영호에 잡힌 삼라만상,
꼼짝달싹 못한다.
잡히면
시가 된다.
백영호 시인의 시
"나는 똥이다"는
상징적이고 도발적인 제목으로 시작하여
존재에 대한 심오한 성찰을
전개한다.
이 시에서
'똥'은
주인의 노폐물을 끌어안고 죽는 존재로
묘사되며,
이는
인간의 부정적인 면모와
낮은 자아를 상징할 수 있다.
시인은
이러한 존재를 통해
인간의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첫 구절에서
"나는 똥이다 / 눈 뜨면 날마다 / 주인의 온갖 노폐물 / 끌어안고 죽는다."라는 말은
시적 화자가 자신의 존재를
극도로 천박하고
소외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여기서
'주인'은 사회, 또는 더 큰 의미에서
인간 자체를 지칭할 수 있다.
시적 화자는
이러한 인간의 삶의 부산물로서
자신의 위치를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시의 중반부에서는
"나의 임무는 / 삼백예순날
/ 주인어른 건강 제일주의"라고 하여,
똥이라는 존재가
주인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며
그것이 그의 유일한 목표와
임무임을 시사한다.
이는
자아의 희생과 소외감을
더욱 강조하며,
존재의 의미를 단순한 기능에 국한시키는
사회적 태도를 비판한다.
마지막 구절에서
"내일도 / 일찍 일어나 / 주인님 건강 살피며 / 기꺼이 순장조殉葬組 되리라."는
시적 화자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속에서
일종의 숭고함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순장조殉葬組'라는 표현은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이의 건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시는 직설적이고 솔직한 어조로,
강렬한 이미지와 비유를 사용해
독자의 감정에 호소한다.
이는 독자에게
자신의 삶과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도록 유도한다.
작가는
이 시를 통해
독자에게 자신의 존재가 가진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성찰하도록
도전한다.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