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발톱을 깎으며

시인 백영호









아버님 발톱 깎으며



시인 백영호




늙어 앙상한 발을
두 손으로 보듬어
엄지 중지 새끼발가락
차례로 발톱을 깎는다

평생 이 두 발로 딛고
흙을 가꾸며
진흙탕 이겨 이겨 살아 낸 계절
누렇게 변색된 두터운 발톱
모질게 버텨 온 세월을 깎고 있다

이 발이 아장아장
걸음마했을 땐
집안 어른 큰 박수받았고
이십 대엔 백 미터
십오 초 대 질주로 날았고
뻘구덩 논에 모내기하며
이 식구 따순 밥 먹여 살렸지

이제 그 통통했던
살점과 핏빛 혈색
자식에 다 내려주고
앙상한 가죽과 뼈
그리고
삐뚤빼뚤 모난 발톱만 남아 보듬은 손끝에
눈물이 맺힌다.












백영호 시인의

"아버님 발톱 깎으며"는

가족 간의 깊은 유대와 삶의 순환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이 시는

단순한 일상의 행위를 통해 인간의 삶과

희생, 그리고 자연스러운 세대 간의 전달을 아름답고 애절하게

표현한다.

시의 첫 부분은

아들이 늙은 아버지의 발톱을 깎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 행위는 단순한 가사 도움을 넘어서,

세대 간의 사랑과 존경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펼쳐진다.


발의 "앙상한" 상태와

"두 손으로 보듬어" 깎는 모습에서는

아버지가 걸어온 긴 여정과 아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평생 이 두 발로 딛고" 시작하는

다음 구절은

아버지가 살아온 삶의 고단함과

그가 겪어낸 역경들을

상기시킨다.


"흙을 가꾸며"와

"진흙탕 이겨 이겨 살아 낸 계절"은

농사일과 자연과의 투쟁을 연상시키며,

이러한 힘든 노동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시사한다.


또한,

"누렇게 변색된 두터운 발톱"은

물리적인 노동의 흔적을 드러내며,

이는 아버지의 희생과 인내를

상징한다.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부분에서는

"이십 대엔 백 미터

십오 초 대 질주로 날았고"라는

표현을 통해

젊음과 활력을 느낄 수 있다.


이제

그 젊음은 지나가고

"살점과 핏빛 혈색"을

자식에게 내려주고

"앙상한 가죽과 뼈"만 남았다는

표현은

삶의 이양移讓과 노년의 쓸쓸함을

강조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삐뚤빼뚤 모난 발톱만 남아 보듬은 손끝에

눈물이 맺힌다"는 구절은

이 시의 정서적 절정을 이룬다.


이는 아들이 느끼는 슬픔과

감사의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하며,

아버지에 대한 깊은 사랑과

경의를 표현한다.

작가는 이 시를 통해

독자들에게 가족 간의 사랑과 삶의 무게,

그리고

세대 간 전달의 중요성을 전달하고자 한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일상적인 장면을 통해

깊은 의미를 전달하는 상징적 기법과

감정적인 어조의 사용이 돋보인다.


이러한 요소들은

독자로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며,

우리 각자의 가족과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 시는 특히

시적 화자가 아버지의 발톱을 깎는

이 일상적인 행위를 통해,

삶과 존재의 깊은 사유에 접근한다.


시적 이미지와 동작이 가져오는

심리적인 깊이는

독자에게 강한 공감을 유발하며,

가족 구성원 간의 묵직한 정서적 유대를

드러낸다.

백영호 시인의 언어 사용은

간결하지만 강렬한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 차 있다.

"모질게 버텨온 세월을 깎고 있다"는

표현에서는

시간의 흐름과 그것을 견디는

인간의 내구성이 느껴진다.


이러한 표현은

아버지가 겪은 인생의 어려움과

그 속에서의 끈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이는 곧

자식 세대에 대한 사랑과 희생으로

연결된다.

또한,

시는 세대 간의 연결고리를

시각적 이미지로서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발의 상태가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이는 곧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삶의 연속성을 의미한다.


아버지의 발이

한때는

"통통했던 살점과 핏빛 혈색"을 자랑했으나

이제는

"앙상한 가죽과 뼈"만이 남은 채로

전달된다는 점에서,

세월의 무게와 자연의 순환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이 시에서의 눈물은

단순한 슬픔이나 애틋함을

넘어서,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과

감사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시인은 아버지의 발톱을 깎으며

느끼는 감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 가치와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을 재확인하게 만든다.


이러한 감정의 교류는

세대를 넘어서는 사랑과 존경의 깊이를

말해주는 것이며,

독자에게도 같은 감정의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요컨대

"아버님 발톱 깎으며"는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근원적인 사랑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시인 백영호는

이 시를 통해 인간 존재의 소중함과

시간을 초월한 가족의 가치를 성찰적으로 조명하며,

독자에게도 이러한 깊은 사유를

공유하도록 도전한다.


이 시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인생 수업이며,

우리 모두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가족과의 연결을 다시금

소중히 여길 것을 상기시킨다.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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