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11. 2024
■
무쇠 가마솥
시인 백영호
예전에 3대가
어울렁 더울렁
살 부비며 살 그땐
딱 어울리는 솥이었다
재래 아궁이 불이
눈물 콧물 쏙 빼놓는
청솔가지 마른 솔가지
잘도 타 오르던 부엌 풍로불
바람 잘 날 없던 어머니
타 오르는 장작불 보며
긴 긴 세월 불멍 때리셨겠지
생각다가
그때 그 시절
가마솥과 어머니
몽땅 타 버려 한 줌 재로
하늘 가 버렸고
그리움만 되새김질하는데
TV 자연 프로에서
산속 자연인 그 가마솥뚜껑 엎어
고체 돼지기름 쩍쩍 바르고
노릇노릇 부추전을 굽는다.
ㅡ
백영호 시인의 시
"무쇠 가마솥"은
전통적인 한국 가정의 모습을
무쇠 가마솥이라는 일상적이면서도
오래된 도구를 중심으로 풀어내며,
세대 간의 연결고리와
변화하는 시대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그린다.
이 시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적
매개체로 가마솥을 활용하여,
가족과 전통,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첫 구절에서는
"예전에 3대가
어울렁더울렁
살 부비며 살 그땐
딱 어울리는 솥이었다"라고 하여,
가마솥이 한 가정 내
여러 세대가 함께 생활하던
과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여기서 '어울렁더울렁'과
'살 비비며'라는 표현은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친밀감과 따뜻함을 강조하며,
무쇠 가마솥은
그러한 공동체 생활의 중심지로
기능했음을 암시한다.
시의 다음 부분에서는
"재래 아궁이 불이
눈물 콧물 쏙 빼놓는
청솔가지 마른 솔가지
잘도 타 오르던 부엌 풍로불"이라고
언급하며,
물리적 공간인 부엌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생활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는 과거의 생활 방식이
어떻게 각 가정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아궁이의 불은 가족을 먹여 살리는
수단이자,
생활의 중심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는 곧 nostalgia와 변화의
주제로 넘어간다.
"그때 그 시절 가마솥과 어머니
몽땅 타 버려 한 줌 재로
하늘 가 버렸고"라는
구절은
문자적으로도,
상징적으로도 과거가
이제는 사라져 버렸음을 나타낸다.
이는 세대 간의 단절을 암시하며,
현대 사회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전통적 가치와 방식을 슬퍼하는
시인의 태도를 반영한다.
마지막으로
시는 현대의 TV 프로그램 속에서 재현되는 가마솥의 모습을 드러내며,
과거의 요소가 어떻게 현대의 맥락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 자연 프로에서 산속 자연인
그 가마솥뚜껑 엎어
고체 돼지기름 쩍쩍 바르고
노릇노릇 부추전을 굽는다"는
구절은
전통적 요소가 어떻게 상업적이고
엔터테인먼트의 일부로 전환되었는지를
보여 주며,
이러한 변화가 가지는 의미와
그에 따른 감정의 복합성을 나타낸다.
"무쇠 가마솥"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가마솥을 통해
세대 간의 연결과 그 속에서의 감정적,
문화적 변화를 탐구한다.
시는
물리적인 대상인 가마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과거의 생활 방식과
현대 생활 방식 간의 대조를 통해
더 깊은 사색을 유도한다.
과거의 가마솥은
가족의 따뜻함과 생존의 도구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그 의미와 기능도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몽땅 타 버려 한 줌 재로
하늘 가 버렸고"라는
구절에서 감지할 수 있다.
이는 물리적인 소멸뿐만 아니라
시대와 함께 사라진
생활양식과 정서를 상징하며,
현대 사회의 빠른 변화 속에서 잊혀 가는
과거의 가치와 전통을 애도하는
뉘앙스를 풍긴다.
시인은
현대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속에서
재현된 가마솥을 통해
과거의 요소가
어떻게 변형되어 현대적 맥락에 맞춰
재사용되고 있는지를 지적한다.
이는
과거의 전통적 요소가 현대의 상업적, 엔터테인먼트적 맥락에서
어떻게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지를
보여 주며,
이러한 재해석이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그 가치를 재창조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과거의 본래 의미가 퇴색하거나
변형될 위험도 내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시는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통해
독자에게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시인 백영호는
감성적인 언어와 생생한 이미지를 통해
이러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개인과 공동체가 겪는 감정의 복잡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요컨대,
"무쇠 가마솥"은
한 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상징하는
가마솥을 통해,
세대 간의 간극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 조건을
탐구하는 시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자신의 삶 속에서
전통과 현대가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