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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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凝視
시인 윤효
파장 무렵 시장통 한 모퉁이 가로등 아래 손수레 받쳐놓고 할아버지 한 분이 성경을 읽고 있었다
밥집 앞에서 연신 땅바닥을 쪼아대던 비둘기 한 마리가 그 모양을 그윽이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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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의 시
"응시凝視"는
일상의 소박한 장면을 포착하면서 동시에
깊은 의미를 내포하는 작품이다.
이 시는
시장 근처 한 모퉁이에서
할아버지가 성경을 읽는 모습과
이를 지켜보는 비둘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행에서는
"파장 무렵 시장통 한 모퉁이 가로등 아래
손수레 받쳐놓고 할아버지 한 분이
성경을 읽고 있었다"로 시작한다.
이 행은
시간과 공간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며,
독자가 그 장면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파장 무렵"이라는 표현은
하루 중 가장 활동이 줄어들고
차분해지는 시간을 의미하며,
이는
곧 할아버지의 성경 읽는 행위와 어우러져
내적인 평화와 고요함을
연상시킨다.
또한,
"가로등 아래 손수레 받쳐놓고"라는
부분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품을 이용해
현실감을 더하며,
할아버지의 겸손하고
소박한 삶의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 행에서는
"밥집 앞에서 연신 땅바닥을 쪼아대던
비둘기 한 마리가
그 모양을 그윽이 쳐다보고 있었다"로
마무리된다.
여기서 비둘기는
일반적으로
평화와 순수함을 상징하는 동물로,
할아버지의 성경 읽는 모습을
"그윽이" 쳐다보는 것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교감을 나타내며,
더 넓은 의미에서는 영성과
세속 사이의 소통을 상징할 수 있다.
"그윽이"라는 표현은
비둘기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서
깊이 있는 관찰을 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이는
더 큰 이해와 인식의 깊이를
암시한다.
작가는
이 시를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다.
하나는
일상 속에서도 순간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세대 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 간의 교감과 이해를 통해
더욱 깊은 영적인 사색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할아버지와 비둘기라는 두 주체가
각기 다른 세계를 대표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하는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간결하고 명확한 언어를 사용하여
깊이 있는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으며,
은유와 상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독자가 시의 의미를 다각도로
탐색할 수 있게 한다.
또한,
풍경과 동작을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시적 장면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윤효의 시는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평범한 일상 속에 숨겨진 깊은 의미와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불어,
이 시에서는
세대와 종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호작용을 통해,
보편적인 이해와 공감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할아버지가 성경을 읽는 모습은
전통적인 가치와 지혜를 상징하며,
비둘기의 관찰은
새로운 시각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현대적 관점을 대변할 수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관점이 교차하며,
시는 과거와 현재,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성찰을 제안한다.
작가는
독자에게 시적 이미지와 상황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할아버지와 비둘기 사이의 은밀하고
친밀한 순간은
우리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의 일부분을 드러내며,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 각자의 삶에서 의미와 연결성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시는
또한 인간의 활동과 자연의 요소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성경을 읽는 행위는 영적 수행이자,
비둘기의 시선은
이러한 수행이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시는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도
근원적인 진리와 연결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요컨대,
윤효의 "응시"는
일상적이면서도 신성한 순간들을 포착하여,
독자가 자신의 삶을
보다 깊이 있고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이 시는
단순한 관찰을 넘어서
생각과 감정,
정신적 성찰로 나아가는 여정을 제안하며,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인식과 통찰의 가치를
잘 드러내고 있다.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