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愛 집을 짓다, 거미氏

시인 백영호








허공愛 집을 짓다, 거미氏


시인 백영호




허공을 향해 온몸 던졌다
배에서 실을 뽑아
씨줄로 날줄로
히아,
세계 7대 불가사의
서아시아 공중정원 보다
탄탄한 팔각정자를 건축
보라, 저 공중정자 그물망

우습게 봤다 간
코 깨지는 게 아니라
목숨도 날아간다
어젠 그 큰 말매미가 걸려
거미 氏 포식을 했을 게다

소슬바람은 용케
걸리지 않고
빠져나간 팔각 거미줄에
오늘 새벽엔
새벽이슬이 무심코
지나다가 철커덕 걸려
아침햇살에 최후의 빛발
영롱함 길손들께 몸보시하고
장렬히 등신불로 산화했다는...








한 달 남짓
시인 백영호의 작품을

평석했다.


매 번 느끼는 바이지만

적어도

시에 있어

백 시인은 천재성을 지니고 있다.


사물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이에서

기발한 착상을 끌어내

이를

참신한 시어로 운용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그의 이번

"허공愛 집을 짓다, 거미氏"를

읽으면서

온몸에 전율을 느낀다.


시인은

거미와 그의 거미줄을 통해

인간 세계와 자연의 연결성 및 끊임없는

창조의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에서

거미는 단순한 자연의 생물을 넘어서,

예술가이자 건축가로 묘사되며,

그의 작업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첫 번째 절에서

시인은 거미가 "허공을 향해 온몸 던졌다"라고 서술함으로써,

거미의 적극적이고 과감한 행동을

강조한다.

여기서 거미의 행위는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창조적 행위로,

불확실한 허공 속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공간을 구축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거미가 배에서 실을 뽑아

씨줄과 날줄로 거미줄을 짜는 과정은

직조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생명의 연속성과 창조의 순환을

상징한다.

두 번째 절에서는

"세계 7대 불가사의"와

거미의 거미줄을 비교하며,

거미줄이 서아시아의 공중정원보다도

더 "탄탄한 팔각정자"로 묘사된다.


이는

거미줄이 단순한 생존 수단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기능을 겸비한 예술 작품임을 시사한다.

또한,

거미줄의 구조적 완성도와 미적 가치는

인간이 만든 건축물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음을 암시한다.

세 번째 절에서는

거미줄에 걸려 죽는 말매미를 통해

자연의 무자비함과 생태계 내에서의 포식자와 피식자 간의 관계를

드러낸다.


여기서 거미는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남기 위한

잔인함을 보여주면서도,

이는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행위임을

보여 준다.

마지막 절에서는

"새벽이슬이 무심코 지나다가

철커덕 걸려"라는 표현을 통해

거미줄의 우연한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이슬이 걸린

거미줄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며

"최후의 빛발"을 선사하는 모습은

순간의 아름다움과 희생을 통한

더 큰 가치의 창출을 상징한다.


이는 거미줄이

단지 포식의 도구가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매체임을

강조한다.

이 시를 통해

백영호 시인은 거미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연결고리를 재조명하며,

자연의 일부분으로서의 인간의 위치를

성찰한다.


자연의 법칙 내에서 생존과

창조의 끊임없는 노력을 강조하면서도,

그 속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과

예술성을 찬미한다.


거미와 거미줄을 통해

인간의 창조적 노력과 자연의 원리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통해,

시인은

생명의 순환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중요성을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 시에서

사용된 시적 기법은

은유와 상징이 특히 두드러진다.


거미의 거미줄을

"팔각정자",

"공중정원"과 같은 인간의 건축물에

비유함으로써

자연의 창조물과 인간의 창조물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두 세계의 연결고리를 재구성한다.


또한,

"온몸 던지다",

"실을 뽑다" 등의 동작은

거미의 생존 행위를 강렬하고

생동감 있는 이미지로 전환시켜 준다.


이러한 시적 표현은

거미의 삶과 행위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며,

자연의 일부로서의 거미가 갖는 생명력과

역동성을 강조한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독자에게 인간의 삶 속에서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감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상호 작용을 통해

생기는 미학적 가치와 생명의 귀중함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우리가 속한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나

자원으로 보지 않고,

존엄하고 복잡한 존재로서의 자연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을

던진다.

요컨대,

백영호 시인의

"허공愛 집을 짓다, 거미氏"는

거미의 거미줄을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의 상호 의존적 관계를 탐색하고,

이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가치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시는

자연의 일상적인 현상을 통해

인간의 삶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주며,

이러한 연결을 통해

더 넓은 세계에 대한 이해와

감사의 마음을

키울 수 있도록 독자를 유도한다.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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