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물 때 미는 소리
시인 백영호의 '개울물 때 미는 소리' ㅡ 청람 김왕식 평하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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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물 때 미는 소리
시인 백영호
오월 하늘이 푸르다
휴일이 널브러지게
자고 있는 오전 녘
올레길 오르다가
너럭바위 널널하다
쉴 만한 개울가에 앉았다
비 온 뒤라 체중 양껏 불린 개울물 너럭바우
때 미는 소리
왁자 왁자 요란타
근육질 팔 걷어 부치고
억년 바위 널찍한 등허리
몸 씻기 공양 수행 중이다
센 타올로 밀다가
부드러운 타월로 스치다가
밀다가 씻다가 헹구다가
헹구고 씻고 밀면서
가끔은 짓궂게 물방울도 튕기며
억년 너럭바위 등짝을
야무지게 문지르고 있다
등허리 맡긴 너럭바윈
종 부리듯 자세 느긋하고
밀고 씻고 헹굼질 수행 개울물
지친 기색 1도 없이
어제 모습 그대로 꼿꼿이니
아까부터 이 모습
물끄러미 바라보든
물새 한 마리 눈이 아픈가
바라보다 지쳤는지
포로롱 공중 날았다.
ㅡ
백영호 시인의 작품
"개울물 때 미는 소리"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면서
동시에 시적 이미지와 소리를 통해 감각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 시는 자연의 일부인 너럭바위와 그 주변을 흐르는 개울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내면세계와 자연의 불변성을 대비시키며,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 존재의 순간적인 특성을 성찰하게 한다.
첫 부분에서 시인은 "오월 하늘이 푸르다"로 시작하여 계절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강조한다. 이는 독자들에게 편안함을 주며,
자연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휴식의 장소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한다.
"휴일이 널브러지게 자고 있는 오전 녘"과 같은 표현은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더욱 부각하면서,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한 시간을 상징한다.
시의 중심에 있는 너럭바위는 안정감과 영속성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억년 바위 널찍한 등허리"와 같은 표현은 바위의 오랜 존재와 그것이 지닌 견고함을 강조하며, 인간의 삶과는 대조적인 자연의 끊임없는 연속성과 불변성을 나타낸다.
시인은 이를 통해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개울물이 바위를 때리는 모습은 "근육질 팔 걷어 부치고"와
"센 타월로 밀다가 부드러운 타월로 스치다가"와
같은 인간의 목욕 행위를 연상시키며,
이는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든다.
여기서 개울물은 적극적인 주체로 묘사되어 자연의 활동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인간의 삶 속에서 자연이 어떻게 느껴지고 경험되는지를 탐구한다.
"억년 너럭바위 등짝을 야무지게 문지르고 있다"는 말에서는
개울물이 바위를 씻기는 동작을 통해 자연이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이는 개울물이 단순히 자연의 한 부분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강력한 존재감을 가지고 인간의 감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낸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물새 한 마리 눈이 아픈가 바라보다 지쳤는지 포로롱 공중 날았다"는 구절은
자연이 가진 무궁무진한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의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의 위치를 상기시킨다.
이는 인간만이 아니라 다른 생명체들 또한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영향을 받고 변화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새가 개울을 바라보다가 날아오르는 모습은 자연과의 상호작용이 단순히 관찰의 차원을 넘어, 감정적이고 신체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시인은 자연이 각 생명체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이들 각각이 어떻게
그 영향을 받는지를 미묘하게 포착하고 있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시인이 자연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묘사하면서 사용한 생동감 있는 어휘와
비유가 눈에 띈다.
예를 들어,
개울물이 바위를 "때리는" 모습을 통해
자연의 움직임을 인간의 행동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시적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한, "센 타월"과
"부드러운 타월" 같은 대조적인 속성을 사용하여 개울물의 힘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나타내며,
자연의 다양한 양상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백영호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자연의 미묘하고 다채로운 면모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는 자연을 단순히 배경으로 사용하지 않고,
그 자체로서 강력한 존재감을 부여하여,
자연이 인간에게 미치는 심리적, 정서적 영향을 탐구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며,
자연과 인간과의 깊은 연결고리를 느끼도록 유도한다.
요컨대,
"개울물 때 미는 소리"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힘,
그리고 그것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섬세하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하며,
우리가 속한 세계에 대한 깊은 사색과 성찰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 시를 통해
독자는 자연을 더욱 가까이에서 느끼고,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