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명 시인의 시 '남사당 'ㅡ 청람 평하다

시인 노천명, 청람 김왕식









남사당



시인 노천명




나는 얼굴에 분칠을 하고
삼단 같은 머리를 땋아 내린 사나이

초림에 쾌자를 걸친 조라치들이
날라리를 부는 저녁이면
다홍치마를 두르고 나는 향단(香丹)이가 된다.
이리하여 장터 어느 넓은 마당을 빌어
램프불을 돋운 포장 속에선
내 남성(男聲)이 십분 굴욕되다

산 넘어 지나온 저 동리엔
은반지를 사주고 싶은
고운 처녀도 있었건만
다음 날이면 떠남을 짓는
처녀야!
나는 집시의 피였다.
내일은 또 어느 동리로 들어간다냐.

우리들의 도구(道具)를 실은
노새의 뒤를 따라
산딸기의 이슬을 털며
길에 오르는 새벽은
구경꾼을 모으는 날라리 소리처럼
슬픔과 기쁨이 섞여 핀다









노천명 시인의 시
"남사당"은 한국의 전통 방랑 예인,

즉 남사당패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시는

정체성, 유랑 생활의 고단함,

그리고 일시적인 만남과 이별의 감정을

아우르며, 독특한 서사를 펼쳐 보인다.

시의 시작부에서 시인은 자신을

"얼굴에 분칠을 하고

삼단 같은 머리를 땋아 내린 사나이"로

묘사한다.

이는 남사당패의 전형적인 복장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공연을 위해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 변신은 단순한 외모의 변화를 넘어서,

사회적 역할과 정체성 사이의 긴장을

상징한다.

중반부에서

"초림에 쾌자를 걸친 조라치들이 날라리를 부는 저녁"이라는 구절은,

남사당패가 공연을 펼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초림"과 "쾌자", "조라치" 등의 단어는

전통적인 한국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이러한 고유명사의 사용은 시의 향토색을 강조한다.

여기서 "날라리를 부는"이라는 표현은

방랑 생활의 자유로움과 무거운 삶의 무게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시의 클라이맥스에서 시인은

"다음 날이면 떠남을 짓는 처녀야!

나는 집시의 피였다.

내일은 또 어느 동리로 들어간다냐."라고

외친다.

이는 유랑 생활의 필연적인 이별을 통해

경험하는 슬픔과 외로움을 표현한다.

"집시의 피"라는 메타포는

그의 운명적인 유랑성을 강조하며,

계속되는 이동의 숙명을 드러낸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노새의 뒤를 따라 산딸기의 이슬을 털며 길에 오르는 새벽"이라는 이미지로

시를 마무리한다.


이 구절에서 "노새"와 "산딸기의 이슬"은

노동과 자연의 이미지를 연결 짓고,

이는 남사당패의 생활을 로맨틱하면서도

고단한 여정으로 표현한다.

"슬픔과 기쁨이 섞여 핀다"라는

마지막 문장은

남사당의 삶이 가진 아름다움과

슬픔을 함께 조명한다.

노천명 시인은

"남사당"을 통해 정체성, 이별,

그리고 유랑의 삶이 가진 복잡성을 섬세하게 탐구한다.

시는 전통과 현대, 고정과 이동,

개인과 사회 사이의 긴장을 드러내며,

이러한 갈등을
통해 인간 내면의 깊이를 탐색한다.

이러한 다층적인 테마는

시인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복잡하면서도 보편적인 감정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남사당"에서는

또한 언어의 리듬과 음악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의 리듬은 남사당패의 전통 음악과 춤을 연상시키며,

이는 문화적 정체성과 예술적 표현의 결합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시인은 특히 소리와 무게감을 조절하며,

감정의 흐름을 세밀하게 조율한다.

이는 독자가 시의 감정적 깊이를

느낄 수 있게 하며,

시적 이미지를 통해 보다 깊은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낸다.

시적 표현에서도

노천명 시인은 고도의 상징성과 메타포 사용으로 각 행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쌓아 올린다.
예를 들어,

"램프불을 돋운 포장"이라는 구절은

전통과 현대의 교차점을 상징하며,

이는 남사당패가 과거의 유산을 현대에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함축한다.

이러한 시적 기법은

전체적인 텍스트가 갖는 역동성을 향상하며, 문학적 아름다움과 함께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요컨대,

"남사당"은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인간 존재의 유동성과 소속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시인은 방랑하는 예술가의 삶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 경험의 슬픔과 기쁨,

고독과 공동체 간의 긴장을 탐구하며,

이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작품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예술 작품이며,

독자가 자신의 삶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이러한 면에서 노천명 시인의 "남사당"은

한국 문학뿐 아니라

세계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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