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시인의 '하관'을 청람이 평하다
박목월 시인과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15. 2024
■
하관
시인 박목월
관(棺)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 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全身)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쓰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ㅡ
박목월의 시 『하관』은
상실과 기억, 그리고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시는 망자와의 마지막 작별을 다루면서,
사후 세계와의 소통의 불가능성을 탐구한다.
시는 매우 개인적인 슬픔의 순간에서 출발하여 보편적인 인간 경험으로 확장된다.
첫 구절인
“관(棺)이 내렸다”에서 시는 죽음의 순간을 묘사하며 시작한다.
여기서 사용된 ‘내렸다’는 동사는
매우 심오하게 죽음을 구체화하며,
사랑하는 이를 땅 속으로 보내는 행위를
강조한다.
이는 독자에게 죽음이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매우 물리적이고 감정적인 행동임을
상기시킨다.
다음 부분에서는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라는
구절로 이어진다.
이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동시에 기독교적인 요소를 통해 슬픔을
신에게 호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동아시아 문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사후 세계와의 교감을 의미한다.
시인은
이어지는 구절에서 죽은 이와의 교감을
계속 시도하나,
그 노력이 허사임을 알린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렀다.” 여기서 꿈은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를 나타내며,
돌아가신 이와의 일시적인 만남의 장소로 제시된다.
그러나 이 만남은 한계가 명확하다.
시인의 전신으로의 대답은 들리지 않음을,
즉 소통의 실패를 알린다.
마지막 부분은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으로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계속되는 존재의 부재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을 그린다.
이 구절은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소리조차도 상실감을 상기시키며,
독자에게 슬픔이 어떻게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관』은
풍부한 상징과 감정의 묘사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박목월은 이 시를 통해
죽음이라는 주제를 단순한 슬픔의 표현을
넘어서,
삶과 죽음, 기억과 잊음,
그리고 존재와 부재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탐색하는 데 사용한다.
시인의 섬세한 언어 사용은
독자로 이별의 순간을 공감하고
체험하게 하며,
상실의 감정을 깊게 공감하게 만든다. 이는 시인이 상실을 통해 공유되는 인간적 경험을 어떻게 보편적인 감정으로 승화시키는지 보여준다.
이 시에서
박목월은 죽음과 기억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상실이란 주제를 시적 이미지와 내면적 대화로 풍부하게 펼쳐낸다.
시의 구조 자체가 상실의 과정을 단계별로 드러내며,
각 단계에서의 감정 변화를 세심하게 포착한다. 특히,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 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했다."라는 구절에서는
전통적인 장례의 모습을 통해 사별의 순간을 그림과 같이 세밀하게 묘사한다.
이는 동시에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내적 갈등과 슬픔을 반영한다.
또한,
시의 언어 선택과 구성은 시인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독자로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이라는 구절은
소리와 침묵,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긴장을 조성하며,
상실된 이와의 소통의 불가능함을 암시한다.
이는 죽음의 경험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전달한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으로,
자연의 일상적인 사건을 통해 죽음과 삶의 순환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상실의 슬픔 속에서도 자연의 지속적인 리듬이 존재함을 일깨워 주며,
죽음을 넘어서는 삶의 연속성을 상기시킨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박목월은
죽음을 둘러싼 심오한 주제들을 섬세하고도 강렬한 시어로 풀어내어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종합하면, 『하관』은 박목월이 자신의 감정을 정교하게 조율하며 죽음과 이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제공하는 시이다.
이 시는 독자에게 시적 이미지와 언어를 통해 죽음을 이해하고,
사후 세계와의 연결을 모색하게 하는 동시에, 인간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탐구한다.
박목월은 이를 통해 죽음과 삶,
기억과 잊음의 복잡한 관계를 깊이 있게
탐색하며,
이별 후 남겨진 공허함과
그 속에서 발견되는 희망의 조각들을
탐색하는 시를 완성한다.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