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도시락

청람 김왕식













엄마의 오디 도시락



청람



가난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시골 마을,
어디선가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산과 들은 꽃으로 화려하게 옷을 입고,
텃밭 뽕나무의 검붉은 오디가 늦봄의 숨결을 머금는다.

텅 빈 식탁, 마른 입술,
그러나 우리 집 뽕나무는 풍성하다.
어린 내 손이 닿지 않는 가지에도
붉은 열매는 살포시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본다.

초등학교 3학년, 그 봄날 아침,
엄마의 손길이 도시락을 가득 채운다.
"특별하니 맛있게 먹거라, " 엄마의 목소리는
기대와 사랑을 담은 선물처럼 내게 다가온다.

교실의 점심시간, 도시락 뚜껑을 열자
검붉은 오디가 반짝이며 내게 인사를 한다.
주워 모은 오디들, 떨어진 그대로의 소중함,
하지만 순간, 나는 그것이 부끄럽고 창피하다.

친구들의 놀림 속에서 숨죽여 울음을 터뜨린다.
선생님은 나의 도시락을 바라보고 탄성을 짓는다.
"와~ 맛있겠다. 이 도시락 내 거랑 바꿔 먹자!"
고등어조림과 계란말이가 담긴 도시락을 건네며.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울분을 토해낸다.
“차라리 도시락을 싸지 말지. 창피하게 그게 뭐야!”
하지만 엄마는 미소로 답하셨다,
“그래도 우리 아들 오디 다 먹었네!”

밤이 깊어가는 부엌, 엄마는 도시락을 씻는다.
묵묵히 설거지하는 소리 속에서
옷고름으로 입을 막고 숨죽여 우시는 엄마,
그 어려운 시절 속에서도 자식 사랑은 굳건하다.

이제 엄마의 그때 나이
세월이 흘러도
엄마의 오디 도시락은 내 가슴에 남아
풍요로운 세상에서도 그날의 오디는 여전히 달콤하다.
엄마, 울 엄마, 당신의 사랑을 이제야 알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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