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꽃이 만발한 봄날

청람 김왕식









아카시꽃이 만발한 봄날, 나는 그 하얗고 은은한 꽃들 사이를 걸었다. 햇살이 부드럽게 땅을 적시고, 봄바람이 꽃잎 사이를 스치며 그윽한 향기를 흩뿌렸다. 이곳은 나의 일상을 잊게 만드는,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카시꽃의 흰 꽃잎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빛의 조각들처럼 보였다. 그 아름다움에 이끌려, 몇 걸음 더 내디뎠다. 그리고 한 그루의 아카시나무 아래에 멈춰 서서, 가지마다 소복하게 핀 꽃들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꽃에서 풍기는 향기가 더욱 짙어졌다. 꽃 향기는 마치 오랜 친구의 손짓처럼 익숙하고도 반가웠다. 나의 가슴은 그 향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더욱 환희로 가득 찼고, 마음 한편에 서린 그리움과 쓸쓸함이 조금씩 치유되는 것 같았다.

아카시아꽃이 만개한 이 아름다운 순간은 마치 젊은 날을 상기시키는 듯했다. 그때도 비슷한 꽃길을 걸으며 많은 꿈과 희망을 품었었다. 이제 중년이 된 지금, 그 꿈들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꽃들의 잔잔한 움직임을 바라보며 느꼈던 것은 변하지 않는 평화와 위안이었다. 꽃잎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은 마음의 불안과 방황을 잠재웠고, 꽃내음은 옛 추억을 되살리며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었다.

수 천송이의 아카시꽃 앞에서, 깊은숨을 들이켜며 이 모든 순간을 내 안에 담았다. 꽃 향기에 취해, 잠시나마 세상의 속박을 잊고, 오롯이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 이 꽃길을 걷는 동안 나의 생각은 점점 맑아지고, 마음은 더욱 가벼워졌다.

아카시꽃이 피어 있는 이 숲 속에서, 잠시 동안 모든 걱정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느꼈다. 이 작은 여행은 나에게 새로운 영감과 에너지를 주었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꽃잎 하나를 손에 쥐며 다짐했다. 이 순간의 평화와 아름다움을 잊지 않고, 언제나 마음 한편에 간직하리라.

이렇게, 아카시꽃 사이에서 나의 하루는 점점 저물어 갔다. 해는 서서히 지평선 아래로 내려앉으며 하늘을 붉게 물들였고, 꽃들은 저마다의 색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며 마지막 빛을 머금었다. 그 순간, 시간이 정지한 듯한 고요와 평화 속에서 스스로를 재발견하고 있었다.

사실,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며 종종 외로움과 싸워왔다. 하지만 이 꽃밭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다. 외로움도 때로는 아름다운 것이며,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길에, 그날의 경험을 되새기며 앞으로의 일상에서도 이러한 평화를 유지하려고 다짐했다. 아카시꽃의 은은한 향기와 그 눈부신 아름다움이 내 마음속 깊이 새겨져, 앞으로 어떠한 어려움도 견딜 수 있는 힘을 내게 주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며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내 마음은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제 내면의 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더 많이 감사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밤이 깊어가면서, 창가에 앉아 오늘 하루를 돌아보았다. 아카시꽃이 만발한 숲에서의 시간들은 마치 꿈같았고, 그 꿈에서 얻은 교훈들은 앞으로의 나날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내 마음속에는 이제 아카시꽃처럼 하얀 희망의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꽃들이 주는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작은 일기를 적기로 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 창밖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고, 어디선가 아카시꽃 향기가 불어오는 듯했다. 그 향기를 맡으며, 조용히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 꿈속에서도 아카시꽃은 환히 피어있을 것이다.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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