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호 시인의 '달음박질'을 청람 평하다
백영호 시인과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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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음박질
시인 백영호
한 사람이 뛰고 있다
급한 일이 생긴 걸까
화장실 급 가는 중인가
무엇이 저토록 뛰게 했을까
내 마음도 꿈틀거린다
전염됨일까
너도 뛰어라
심장이 命을 내렸다
목표는 애초 정해져 있고
모두는 같이 뛰었는데
뭇사람들은
말씨를 달리 했다는
메뚜기는 날았고
토끼는 뛰었고
거북이는 기었고
지렁인 꿈틀거렸다고
나는 지금
출근을 위하여
경전철 타기로
심장과 함께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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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 시인의 "달음박질"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서 우리의 내면적 감정과 외면적 행동을 연결시키는 시이다. 이 시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반영하며,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그려낸다.
첫 번째 연에서는 한 사람이 뛰고 있는 모습을 통해 급박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여기서 시인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그 사람이 왜 뛰는지, 어떤 긴급한 상황에 처했는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는 일상 속에서 누군가를 무심코 지켜보면서 떠오르는 궁금증을 잘 표현하고 있다.
다음 연에서는 '내 마음도 꿈틀거린다'라는 표현을 통해, 누군가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떻게 감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을 상기시켜 주며, 우리의 감정이 얼마나 쉽게 타인에 의해 움직일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또한 시는 동물을 예로 들어 각자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삶의 다양성을 강조한다. 여기서 메뚜기, 토끼, 거북이, 지렁이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며, 이는 사람들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현대인의 일상, 특히 출근길의 분주함을 강조하며, 이는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장면으로 연결된다. 이를 통해 시인은 우리가 어떻게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일상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언어의 사용이 돋보인다. 시인은 구체적인 생활의 단면을 통해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하며, 이를 통해 독자와의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이러한 접근은 독자에게 자신의 일상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며, 보다 깊은 사색을 유도한다.
전반적으로 백영호 시인의 "달음박질"은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깊은 의미와 감정적 공감을 탁월하게 그려내며, 각자의 삶에서 맞닥뜨리는 도전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개인적인 성장의 순간들을 잘 포착하고 있다. 시는 독자에게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만들며, 우리 각자가 겪는 일상의 경험을 보편적인 감정으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개인의 경험과 감정이 어떻게 보편적인 진리와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시에서 백영호 시인은 개인적인 순간을 통해 인간 본연의 감정과 반응을 탐구하고,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우리 모두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드러낸다.
더욱이, 이 시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속도와 경쟁, 그리고 그 속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가는 여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이러한 현대의 삶의 방식을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속에서 각자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보다 깊은 자기 성찰과 함께, 일상 속에서 간과하기 쉬운 중요한 가치들을 되새기게 만든다.
시인의 섬세한 언어 사용과 풍부한 상징은 독자의 마음에 강한 인상을 남기며, 시의 미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그 깊은 철학적 함의를 더욱 빛나게 한다. 따라서 "달음박질"은 단순한 일상의 순간을 넘어서, 우리 각자의 삶의 의미를 탐구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보편적인 진리에 접근하려는 시인의 깊은 노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인이 제시한 생생한 이미지와 감정적 울림은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순간들이 어떻게 우리 각자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체감할 수 있다. "달음박질"은 현대인의 삶을 섬세하고도 힘 있게 담아낸 시로서, 그 의미와 가치를 오랜 시간 동안 기억할 만한 작품이다.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