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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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
시인 백영호
가로로 잘린
고목나무 나이테를
좌로 우로 살펴보고 있다
어느 폭풍우 몰아치던
그 여름날
천둥벼락 맞았고,
어느 해는 가뭄이 심해
죽을 고비를 넘겼고
기울어진 그 봄날은
몹쓸 전염병이 돌아
건건이 명줄만 붙어 견뎠네
손금처럼 훤히 보이는
지난 生의 이력서
이리도 모질게 이어온
한 생애 기록 스케치라
나이테 한가운데
환하게 떠오른
그 얼굴 환생이니
한 올 한 올 감고 돌아 나온
아,
내 어머니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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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 시인의 시 「나이테」는 사물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수작秀作이다.
자연 속의 대상을 통해 인간 삶의 깊은 감정과 역사를 투영하는 작품이다.
시는
가로로 잘린 고목나무 나이테를 관찰하며 시작되며,
이 나이테는 인간 삶의 다양한 시련과 고난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시인은 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인간의 삶이 겪는 폭풍우, 가뭄, 전염병과 같은 자연재해나 시련들을 연대기적으로 그려내며,
이를 통해 삶의 연속성과 투쟁을 드러낸다.
첫 번째 절에서 시인은
나이테를 좌우로 살펴보는 행위를 통해 과거를 회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마치 인간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과정을 연상시킨다.
나이테의 각 층이 특정한 역사적 사건이나 개인적인 시련을 상징하며, 이는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도 불가피한 고난의 연속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의 중반부에서는 과거의 어려웠던 시기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그 시기들이 얼마나 혹독했는지를 강조한다.
폭풍우, 천둥벼락, 가뭄, 전염병 등 자연과 운명의 무자비함 속에서도 생명은 계속된다.
이는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연약하면서도 강인한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마지막 절에서 시인은
나이테 한가운데에서 '환하게 떠오른 그 얼굴'을 언급하며,
이는 시인의 어머니를 상징하는 듯하다. 이는 나이테의 중심에서 가족과 어머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삶의 고난 속에서도 가족의 사랑과 지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킨다. 시인은 이를 통해 인간 삶의 본질적인 가치와 정서적 연결고리를 탐구한다.
작품의 표현상 특징으로는
섬세한 비유와 상징의 사용이 돋보인다. 나이테를 인간의 삶에 비유함으로써 시인은 보편적인 인간 경험을 자연의 일부로 통합시키고,
이를 통해 독자에게 보다 깊은 감정 이입을 유도한다.
또한, 시적 언어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다만,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어머니의 등장은
일부 독자에게는 연결고리가 명확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시인이 어머니의 이미지를 좀 더 자연스럽게 도입하거나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그 의미를 부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전체적적인 삶의 고난과 연관 지어 어머니가 갖는 의미를 좀 더 부각하면,
독자는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어머니 이미지의 등장이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삶의 근원적인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더욱 분명히 할 수 있다.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인간 삶의 진실을 전달하고자 한다.
그 진실은 바로,
인간이 겪는 고난과 시련이 결코 개별적인 사건에 국한되지 않으며,
이는 공동체적, 역사적,
그리고 자연적인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삶은 연속된 나이테와 같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연결을 통해 우리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하나로 얽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총평컨대, 「나이테」는 인간의 삶과 자연의 연속성을 깊이 있고 섬세하게 탐구하는 시이다.
시인의 언어 사용은 감각적이며,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풍부한 상징과 비유를 사용함으로써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러한 방식으로
시인은 독자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진실을 성찰할 수 있도록 이끈다.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