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2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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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꽃의 언어
시인 정해란
밤새워 달빛, 별빛 끌어온 이슬
아침햇살에 스며 제 몸 사라져 간 자리마다
꽃잎의 활자를 기억으로 더듬어
송이마다 붉은 절정 피워 낸다
고인 통증과 핏빛 울음
안으로 안으로만 삼키고
줄기마다 가시로 매단 채
고귀한 향을 키운 장미
5월의 꽃의 언어
독과 향을 품고 있다
가시에 찔린 투명한 바람의 상처만
꽃피울 이유로 아픈 채 떠돌다가
향 나누며 치유의 신비 열어, 마침내
하늘길로 오르는 꽃의 언어, 시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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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꽃의 언어'라는 시는
제2회 ‘서울시민문학상’ 시상식 축시로서
밤과 낮, 아픔과 치유, 독과 향이라는 이중적인 요소들을 통해
시인 정해란이 장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시 전반에 걸쳐
시적 화자는 자연의 요소를 끌어와 장미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감추어진 의미를 드러내며 독자에게 시각적이며 감성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
첫 구절인
'밤새워 달빛, 별빛 끌어온 이슬'은
자연과의 깊은 연결감을 표현하며,
장미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으로부터 얻은 영양을 사용한다는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이는 장미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 이상의 것을 지니고 있음을 암시하며,
독자에게 장미의 내면을 깊게 탐색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꽃잎의 활자를 기억으로 더듬어
송이마다 붉은 절정 피워 낸다'는 표현은
장미의 색채와 형태가 시간과 함께 변화하는 과정을 시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여기서 '활자'라는 단어의 사용은 장미가 각인된 감정과 기억들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내며,
이러한 감정과 기억들이 어떻게 시각적 아름다움으로 표현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고인 통증과 핏빛 울음
안으로 안으로만 삼키고
줄기마다 가시로 매단 채'에서는
장미가 겪는 내적 고통과
그 고통이 어떻게 외부로 표출되는지를
강조한다.
장미의 가시는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이자
고통의 상징으로,
이는 장미가 외면의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쓰라림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5월의 꽃의 언어 독과 향을 품고 있다'라는
구절을 통해
장미가 지닌 두 가지 상반된 특성,
즉 아름다움과 위험성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인생의 복잡성과 모순을 반영한다.
장미는 그 자체로는 아름다움을 상징하지만, 가시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는 이 시를 통해
독자에게 시적 이미지와 함께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모순을 섬세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장미를 단순한 자연의 한 부분으로 보기보다는
그것이 지닌 다양한 의미와 상징을
탐색할 수 있다.
정해란 시인은
강렬하고도 섬세한 언어를 사용하여
장미가 갖는 복합적인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내재된 고통과 삶의 이중성을 포착하며,
이러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완성된 시적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단순히 시를 읽는 것을 넘어서서,
각 구절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고
자신의 감정과 경험에 비추어
해석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시인은 장미를 통해
인간의 삶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고통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현실을
성찰한다.
이는 독자에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며, 각자의 삶 속에서 겪는 아픔과 아름다움을 재해석하게 만든다.
시의 구조적인 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각 행의 리듬과 운율은 장미의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시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러운 감정의 고조를 이끌어낸다.
이러한 언어의 흐름은
독자의 몰입을 극대화하며,
시의 감성적인 울림을 더욱 깊게 한다.
결론적으로, '
'장미, 꽃의 언어'는
시인 정해란의 탁월한 언어 감각과
깊은 사유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에서 보여주는 감성과 이미지는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강력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