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삼이는 아내 손을 잡은 채 그렇게 울먹인다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2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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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묵묵한 사랑
청람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
하늘이 맑게 갠 후의 밭은 두 사람의 손길로
더욱 풍요로워 보인다.
아침 이슬이 막 사라진 들판,
한 남자와 여자가 말없이 일을 한다.
땅에 꽂힌 삽이 흙을 들썩이고,
풀을 뽑는 손길은 한결같이 바쁘지만,
둘 사이에는 오늘따라 말이 없다.
사이에 말이 없다는 것이
반드시 마음까지 멀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수많은 계절을 견디며 더욱 깊은 이해와 공감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일이 끝난 후,
피곤함을 느낄 때면 그들은 밭둑에
나란히 앉아
잠시 쉰다.
그곳은 그들만의 작은 휴식처,
막걸리 한 잔과 함께하는 무언의 대화가
오고 간다.
여자는 수줍은 듯
막걸리 잔을 건네고,
남자는 그 잔을 받아 들면서
멋쩍게 안주를 집어넣는다.
이들의 대화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랑을 확인하는 작은 의식처럼 진행된다.
"평생 사랑하다는 말 하지 않고도, "라는
말처럼,
많은 말이 필요 없다.
그들의 삶 자체가
서로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식을 낳고,
곡식을 키우며,
흙 속에서 씨앗이 싹트듯
자신들의 사랑을 키워왔다.
사랑하지 않고
어찌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사랑받지 않고 크는 생명이 어디 있을까?
그들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안다.
이러한 묵묵한 사랑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사랑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노을이 지면서
하늘은 붉게 타오르고,
이때 그들의 얼굴에도 부끄러움이
서려 있다.
노을보다도 더 붉은 그들의 얼굴에서는
세월의 흔적과 함께
사랑의 깊이가 묻어난다.
그들의 사랑은
소란스럽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그 어떤 사랑보다도 진정성 있고,
깊이가 있다.
이러한 부부의 삶은
우리에게 말없이도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끔은 말보다 행동이
더 큰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그들의 일상에서
우리는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엿볼 수
있으며,
이는 누구에게나 사랑의 깊이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이들 부부처럼,
우리도 말보다는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음을 기억한다.
그것이 바로
가장 진실된 사랑의 모습을 나타내는
방법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 사랑을
너무 쉽게 간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부부처럼,
일상 속에서 소소한 배려와 함께하는 시간들이야말로
그들의 감정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순간들이다.
그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
서로의 노고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에서
우리는 사랑의 본질을
배울 수 있다.
일이 끝난 후
밭둑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애정이
담겨 있다.
물론,
그들 사이에도
갈등과 힘든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시련들마저도
그들의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말이 필요 없는 깊은 유대감이
형성되었다.
이들의 삶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진정한 사랑은 화려한 선물이나
달콤한 말보다는
일상에서의 꾸준한 동행,
서로의 삶을 함께하는 것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그들은 함께 농사를 짓고,
자녀를 키우며,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공유함으로써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중년이 되어서도
그들은 여전히
서로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며,
삶의 동반자이다.
그들의 관계에서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변치 않는 사랑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사랑일
것이다.
그 사랑은
화려함이나 겉치레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서로를 향한 깊은 애정과
존경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부부는
세월을 함께 걸어오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쌓아왔다.
그들의 삶은
우리에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주는 강력한
교훈을 제공한다.
그들의 사랑이야말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이며,
그것을 통해
우리 모두는 인간관계에서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
ㅡ
이 부부의 주인공은
암 투평중인
내 어릴 적 친구
달삼 부부이다.
오늘도
아내는
항암 치료로
초췌하게 누워 있는
달삼을 바라본다.
달삼은
슬며시
아내의 손을 잡을 뿐
말이 없다.
어느새
달삼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흐른다.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