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람은 알고 보면, 소월 김정식의 다섯메 후예였다
소월과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21. 2024
■
진달래꽃
시인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ㅡ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한국 문학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이별의 노래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시는 겉보기에는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깊은 감정의 층을 품고 있다.
첫 번째 구절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에서
시인은
자신의 모습이 싫어 보일지라도,
상대방이 떠나갈 때
슬픔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보내주겠다는 결심을 드러낸다.
이는
겉으로 보이는 감정과
내면의 감정 사이의 괴리를 나타내며,
시인의 성숙함과 자기희생을
보여준다.
다음 구절인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에서는
진달래꽃이 피는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이별의 장소를 아름답게 꾸며주려는
시인의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진달래꽃은
봄의 전령으로서
잠시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며,
이는 인간관계의 덧없고도 아름다운 순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세 번째 구절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는
이별하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완전히 숨기면서도,
상대방에게는
그 이별이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진달래꽃을 밟으며 가는 행위는
슬픔과 아름다움,
그리고
최종적인 이별의 결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반복되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에서는
시인의 극한의 결심과 내적 고통이
드러난다.
여기서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는
구절은
이별의 고통을 극복하려는 시인의 강한 의지를 나타내며,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는,
이별의 순간조차
아름답고 위엄하게 만들 수 있는
인간의 능력과,
슬픔을 내면화하고
스스로를 희생할 줄 아는
깊은 내면의 힘을 강조하는 것이다.
김소월은
이별을 통해
한 개인의 내면세계가
어떻게 성숙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섬세하게 탐구한다.
이 시를 통해
독자들은 이별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섬세하게 조명할 수 있으며,
김소월의 시어가 가지는 다층적인 의미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이별의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이 시는
슬픔을 견디는 방법을 제시하며,
아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
"진달래꽃"의 표현상의 특징 중 하나는
고유명사의 사용이다. '
영변', '약산'과 같은 장소명은
이별의 아픔을
구체적이고도
전통적인 배경 속에 위치시키며,
이로 인해
독자는 시가 주는 정서적 공감대를
더욱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배경은
한국의 자연과 문화적 상징을 연결 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김소월 시의 전통적인 맥락과
어우러진다.
또한,
시의 구성에서
반복되는 구절들은
강조와 더불어 서정적인 울림을 주며,
독자에게 시적 메시지를
더욱 깊게 인식시킨다.
특히,
"나 보기가 역겨워"라는 구절은
시의 시작과 마지막에 나타나는데,
이는 이별의 과정에서 겪는 감정의 변화와
극복의 과정을 강조하여,
독자가 시인의 감정 변화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이 시는
김소월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시의 전통적 양식을 따르면서도,
감정의 세밀한 묘사와
내면적 심리의 표현을 통해 독창성을 발휘한다. 시인의 섬세한 감정 표현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반추하게 하며,
이별이라는 경험을 통해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결국,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단순한 이별의 노래를 넘어서,
이별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지키려는 한 인간의 노력과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시적 탐구를 보여준다.
이 시는
독자에게 이별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 존재의 깊이와 복잡성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며,
한국 시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러한 면에서
김소월의 시는 한국 문학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에서도
소중한 위치를 차지하며,
많은 독자와 비평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ㅡ
아하!
진달래꽃이 만개했던
소월의 동산
그곳
영변,
지금은
핵 발사 실험 장소가
되었단다.
□
필자는
소월
백석
안서
춘원이 문학심을 키웠던
그곳
다섯메 동산인 서울 오산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특히
근무한 20여 년 대부분을
소월ㆍ백석의 후예로서
문예담당 직무를 수행했다.
돌이켜 보면
기쁨이고
축복이었다.
지금
부족하나마
어쭙잖게
평석을 하게 된 것도
그때 그 도움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