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노천명의 시 '푸른 오월'을 평하다

시인 노천명과 청람 김왕식






푸른 오월



시인 노천명




청자 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데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을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노천명 시인의 시

"푸른 오월"은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 내면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청자 빛 하늘, 라일락 숲, 보리밭 등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생동감 넘치는 오월의 풍경을 그려낸다.

각 장면은 시적 화자의 정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계절의 아름다움 속에서 느껴지는 쓸쓸함과 그리움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첫 번째 연에서는
"청자 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라는 표현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광경을 묘사한다. 이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인간의 손길을 통해

더욱 빛나는 순간을 상징하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시사한다.

다음 연에서는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은 정오"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시인의 젊은 시절의 꿈과 추억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펼쳐지는 모습을 그린다. 여기서 나비는

경쾌함과 변화의 상징으로, 젊음과 그 시절의 희망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시 중반부에서는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라는 구절을 통해

시인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은 그리움과 향수를 표현한다.

이는 독자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인생의 깊은 감정의 공통점을 드러낸다.

마지막 부분에서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라고 외치며,

시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이는 오월이라는 계절이 갖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인생에서 맞이할 새로운 시작과 기회를 상징하며 독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푸른 오월"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 감정의 복잡성을 탁월하게 결합시킨 시로,

계절의 변화를 통해 인간 내면의 심오한 감정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감동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시인 노천명은 이 시를 통해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며,

이러한 연결을 통해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 깊은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푸른 오월"은 단순히 계절을 묘사하는 시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인간의 감정 여정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시인은 자연 속에 녹아 있는 인간의 삶의 흔적들을 포착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를 탐색한다.


특히,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라는 구절에서는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소중한 추억과 함께 자연과의 교감을 회상하며,

이러한 경험들이 현재의 자아를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반영한다.

이 시에서 시인은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감정의 공명을 일으키는 존재로 표현한다.

자연의 각 요소는 시인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지니며,

이는 독자에게도 각자의 삶과 경험을 통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시의 각 구절은 독자에게 감정적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초대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과 아픔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또한, 시적 표현에서의 은유와 상징은

독자가 시를 통해 더 깊은 사유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을 높이 솟는다"라는 구절은 자유와 희망을 상징하며,

이는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긍정적인 전망과 열망을 나타낸다.

이 시를 통해

노천명 시인은 독자들에게 자연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각자의 삶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보도록 권한다.

그렇기에

"푸른 오월"은 계절의 변화뿐만 아니라,

인생의 변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는 시이다.


시인의 섬세한 언어 사용과 풍부한 상징은 독자들에게

각자의 삶 속에서도 오월 같은 순간을 찾아내어 그 가치와 아름다움을 인식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면에서 노천명의 시는 우리 모두에게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되새기고,

감정의 깊이를 탐색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청람 김왕식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인 지은경 박사의 '바이오 에너지'를 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