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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끈 풀기

시인 백영호, 청람 김왕식










매듭 끈 풀기




시인 백영호






예쁘게 포장된 소포가 왔다
내가 가위를 찾는디
어머니 왈
끈은 자르는 게 아니라
푸는 거랜다

맞다
매듭진 끈은
가위로 자르는 건
순간이지만
그 매듭 풀려면
어렵고 긴 시간 낑낑 되지만
풀고 나면 재사용 가능이니

인연의 끈도 마찬가지
수 틀린다고
싹둑 잘리 버리면
다시 잇기 힘든 게
삶의 이치였으니

매듭은 공들여
풀어야 하고
은혜는 잊지 말고
품어 갚아야 거늘
칭구야,
니한테 빚진 거 없제?








백영호 시인의 시 '매듭 끈 풀기'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서 깊은 삶의 이치를 배우는 과정을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이 시에서 시인은 예쁘게 포장된 소포를 받고 매듭을 푸는 행위를 통해, 인간관계에서의 섬세함과 인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첫 부분에서 "예쁘게 포장된 소포가 왔다"는 표현은 일상에서의 작은 기쁨을 상징한다. 그러나 소포를 여는 과정에서 "내가 가위를 찾는디"라며 즉흥적이고 편리한 방법을 모색하는 모습과 대비되는 어머니의 "끈은 자르는 게 아니라 푸는 거랜다"는 말은 전통적이면서도 심오한 교훈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서 끈을 자르지 않고 푸는 행위는 단순한 물리적 작업을 넘어서, 인간관계에서의 문제 해결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매듭진 끈은 가위로 자르는 건 순간이지만 그 매듭 풀려면 어렵고 긴 시간 낑낑 되지만 풀고 나면 재사용 가능이니"라는 구절로, 인간관계에서의 어려움을 피하려고 쉬운 해결책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들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과정은 관계의 지속 가능성과 재건을 의미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또한, "인연의 끈도 마찬가지"라는 표현을 통해, 시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준다. "수 틀린다고 싹둑 잘리 버리면 다시 잇기 힘든 게 삶의 이치였으니"라는 말은 한번 끊어진 인간관계는 복원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매듭은 공들여 풀어야 하고 은혜는 잊지 말고 품어 갚아야 거늘 칭구야, 니한테 빚진 거 없제?"라며 인간관계에 있어서 은혜를 잊지 않고 보답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우정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서 은혜를 갚고, 빚진 것이 없도록 성실하게 대하는 태도를 장려한다.

이 시를 통해 백영호 시인은 우리는 우리 삶에서 직면하는 관계의 복잡성과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깊이 있는 교훈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시인은 일상적인 사건을 통해 보다 큰 삶의 진리를 탐구하는 능력을 보여주며, 이는 독자들에게 일상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도 깊은 의미를 찾게 만드는 힘을 준다.

백영호 시인의 시에서 표현상의 특징은 간결하면서도 의미가 깊은 말들로 이루어져 있다. 언어의 선택은 평범한 일상의 대화처럼 들리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매우 깊다. 어머니와 자식 간의 대화를 통해 전달되는 지혜는 세대 간의 소통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독자들에게 친숙함과 함께 교훈을 주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한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인간관계의 소중함과 문제 해결의 중요성에 관한 것이다. 백영호 시인은 매듭을 풀 때 드러나는 인내와 공을 들이는 태도가 결국 더 큰 보상을 가져온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인간관계에서도 이러한 태도가 필요하며, 이는 서로를 더욱 가깝게 하고 오해를 줄일 수 있는 길임을 암시한다.

이 시를 통해 시인은 우리에게 각자의 삶 속에서 맞닥뜨리는 매듭들을 인내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풀어나가며, 그 과정에서 얻는 교훈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함을 상기시킨다. 결국, 이 시는 단순히 일상의 한 장면을 넘어서 인간관계의 근본적인 가치에 대해 우리가 다시 생각해 보도록 이끄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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