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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식 시인의 '두 번 아프다'를 평하다

시인 이창식 청람 김왕식






두 번 아프다




시인 이창식



사람이 한 곳에만 붙박이로 살면
나무가 피식피식 비웃을 것 같다
흉내 내지 말고 살라고
나무도 사람 따라다니지 않나
이삿짐에 촐랑촐랑 동백 한 그루
밑동에 상수리 알 하나 숨겼었나 봐
키다리 싹 하나 쑤ㅡ욱 솟았다
동백을 돌본다고 싹둑 해마다 싹둑
친구 생각에 여위어만 가는 동백
어, 상수리 싹!
떠난 친구의 밑동에 기대어
몇 년을 학대받고도 반짝이는 표정
'미안한 상수리나무'
오며 가며 눈치 살피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가 사라졌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뽑아버렸단다

아차, 두 번의 실수
고향으로 보낼 걸











이창식 시인의 시
"두 번 아프다"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변화와 고정성의 테마를 다루고 있다. 시의 첫 부분에서 시인은
"사람이 한 곳에만 붙박이로 살면 나무가 피식피식 비웃을 것 같다"라고 말하며,
자연이 가진 유연성과 인간의 고정된 생활 방식을 대비시키고 있다.
이는 자연이 가진 자유로움과 변화무쌍함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생활방식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시는 이어서
"흉내 내지 말고 살라고
나무도 사람 따라다니지 않나"라는 구절로,
자연이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해
자연의 독립성과 순수성을 강조한다. 여기서 나무는 인간의 활동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걷는 상징으로 표현된다.

중요한 전환점은
"이삿짐에 촐랑촐랑 동백 한 그루"에서 시작된다.
이 구절은 자연을 인간의 삶 속으로 가져오려는 시도와 그 결과로 발생하는 갈등을 드러내며,
동백나무가 이사를 하며 겪는 스트레스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동백나무 주변에서 자라난 상수리나무 싹은
이러한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상수리나무는
떠난 친구를 상징하며,
그 뿌리 깊은 관계가 어떻게 시간과 함께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시인은
"동백을 돌본다고 싹둑 해마다 싹둑 친구 생각에 여위워만 가는 동백"을 통해
인간관계의 변화와
그로 인한 아픔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이는 인간이 자연을 다루는 방식과 유사하게,
때로는 무심코 상처를 주기도 하며,
그 결과로 상처받은 자연 또는 관계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회복되거나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시의 마지막에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뽑아버렸단다"라는 부분은 인간의 결정과 자연의 반응 사이의 긴장을 강조한다.

이는 더 넓은 의미에서 인간 사회 내의 소속감과 배제의 문제를 상기시키며, 우리가 어떻게 서로와 자연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창식 시인의 "두 번 아프다"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변화에 대한 다층적인 성찰을 제공한다.
이 시는 인간의 행위가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도 탐구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의 관계를 재조명하게 한다.

특히 "고향으로 보낼 걸"이라는
마지막 구절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고향이라는 개념에 대한 그리움과 복잡한 감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며,
결국 우리 모두가 어디론가 속해 있다는 인식을 강조한다.

이는 인간의 이동과 자연의 변화가 서로를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으며,
상실과 회복이라는 테마를 통해 시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의 표현상 특징으로는,
대화체와 서술체를 혼합한 듯한 문체가 돋보인다.
이는 시의 내용을 보다 친근하게 만들어 독자와의 감정적 연결을 강화한다. 또한, 자연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묘사하면서 사용된 비유와 상징은 감성적으로도 풍부하며,
이는 독자가 시의 깊은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가 자연과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
그리고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우리 자신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다. 이는 특히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메시지로,
자연과의 관계를 재고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그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강조한다.

이 시는
이창식 시인의 섬세한 감성과 깊은 사유가 잘 드러나는 작품으로,
자연과 인간,
고정과 변화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독자들은 이 시를 통해
자신들의 삶과 주변 환경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며,
시인의 메시지를 통해 일상에서 조금 더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영감을 받을 것이다.




이 글을 읽은

이창식 시인께서

답글을 보내오셨다.


어찌 보면

자작시 해설인 셈이다.


소개한다.





김왕식 선생님,

월간 신문예 123호에서

김 선생님의 평론 '지은경 시론'을

열심히 읽은 바 있습니다.

거기서 지은경 박사님의 시 세계를 엿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요.


졸 시 '두 번 아프다'를 마치 현미경으로

제 마음을 살피듯 섬세하게 꼬집어 주시니,

더욱 부끄럽습니다.

신발끈을 다시 조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삿짐에 실려 온

동백을 아파트 눈썹화단에 키우는데.

그 뿌리에서 상수리 싹이 하나 쑥 나오더군요.

상수리싹은 자르고,

동백에만 마음 쓰기 몇 년,

동백도 약해져 아파트 내 정원에 옮겼는데,

결국 동백은 죽어 잘려나갔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동백의 둥치에서 그 상수리 싹이 솟아나더군요.

참 얼마나 미안하고 반가운지,

잘 크더군요.

제가 정성껏 제법 키웠죠.

그런데 정원관리 하는 분이 거기 어울리지 않는다고 뽑아내버린 거죠.

그런 미안한 마음으로 썼습니다.

사람도 자연 아닌가요?

사람이 무슨 권한으로 자연을 거스르는지ᆢ



다음에 식사 대접 한 번 하겠습니다.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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