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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변희자의 시 '아버지의 무공훈장'을 평하다

시인 변희자 청람 김왕식










아버지의 무공훈장



시인 변희자




육이오 전쟁 때 총알이
뚫고 나간 아버지의 정강이
궂은날이면 쿡쿡
다시 박히는 탄알
마음과 몸의 통증
파랗게 떨고 있는 다리와 발

비 오는 날이면
어린 딸 발 젖을라
학교와 집으로
업어 주시던 아버지

아버지의 발은
울음으로 젖고
철없는 딸은 따뜻한 등에서
좋아라 웃고 있었지.

딸을 보면 언제나 기쁘셔서
웃음꽃 피우시며
너는 웃으며 살아라
그래서 내 이름 한가운데에
기쁠 희(喜) 자를 넣어 주셨지.

내가 학교에서 늦는 날이면
아버지는 이제나저제나 마을 어귀에서
꼿꼿한 나무처럼 서 계셨지.

아버지는 여행 중에 사고를 당하셨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버지의 슬픈 여행

돌아가신 후 받으신
금성화랑 무공훈장
생전에 반짝반짝 닦으시던
아버지의 구두처럼 빛이 난다.









변희자 시인의 시 "아버지의 무공훈장"은 한국전쟁의 아픔과 한 가족의 슬픔을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다. 시는 아버지의 상처와 그 상처가 가족에 미치는 영향, 특히 딸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아버지의 정강이를 뚫고 나간 총알의 상처가 비 오는 날마다 쿡쿡 다시 박히듯 아픔을 느끼게 하는 묘사는 전쟁의 잔혹함과 그로 인한 지속적인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버지는 딸을 향한 사랑을 통해 이러한 아픔을 치유하려 노력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특히 딸을 업어 주며 등을 이용해 딸을 보호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의 애정과 희생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이는 딸에게 큰 행복과 안식을 주는 동시에, 딸이 아버지의 사랑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의 언어 사용은 간결하면서도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울음으로 젖는" 아버지의 발과 "좋아라 웃는" 딸의 대조는 두 세대 간의 감정의 교류를 잘 보여준다. 시인은 아버지의 발과 딸의 웃음을 통해 전쟁의 상흔과 가족의 사랑이 어떻게 서로를 치유할 수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아쉬운 점으로는 전쟁의 상처와 개인의 삶에 대한 묘사가 더욱 확장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전쟁 경험과 그가 가족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어 각 인물의 심리적 변화를 좀 더 세밀하게 다루었다면, 독자가 각 인물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변희자 시인은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통해 전쟁의 상처를 섬세하게 풀어내고 가족의 사랑이 어떻게 그 상처를 어루만지는지를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따뜻한 감정의 표현은 독자에게 큰 울림을 주며, 우리 사회에서 전쟁과 그 후유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시에서 아버지는 여행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에도 딸의 기억 속에서 강렬한 존재로 남아 있다. "아버지의 슬픈 여행"이라는 표현은 아버지의 죽음을 단순한 사실 이상의 의미로 확장시키며, 그의 삶과 죽음 모두가 딸에게 큰 영향을 끼친 사건임을 암시한다. 이는 독자에게 아버지의 존재가 단지 육체적인 부재를 넘어서 정신적, 감정적 유산으로 딸에게 남겨졌음을 깨닫게 한다.

시의 후반부에서 아버지가 받은 금성화랑 무공훈장은 전쟁에서의 영웅적 행위를 상징하지만, 시인은 이 훈장을 아버지가 생전에 닦던 구두와 비교하여 그 가치를 더욱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린다. 이러한 비교는 훈장이 단지 국가적 상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하며, 개인의 희생과 고통이 얼마나 깊은지를 강조한다. 이는 공적인 영웅주의와 개인적인 희생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시적 장치로 작용한다.

시인의 섬세한 감정 표현은 이러한 복잡한 관계와 상황을 독자에게 선명하게 전달하고, 전쟁과 개인의 삶이 어떻게 서로 얽혀 있는지를 탐구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시인은 매우 직관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강력한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통해 시의 감정적 깊이를 증폭시킨다.

비록 시가 전쟁의 아픔을 다루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아버지가 딸에게 남긴 "기쁠 희(喜)" 자는 딸이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아버지의 소망을 상징하며, 이는 고통과 상실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요컨대, "아버지의 무공훈장"은 개인적인 희생과 가족의 사랑을 통해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시도를 통해, 깊은 감정적 울림과 함께 사회적,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시는 감정의 진실성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며, 우리가 과거의 아픔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 시는 전쟁의 잔혹함과 개인의 내면에 대한 균형 잡힌 시선을 제공하며, 그 속에서도 인간 정신의 근원적인 힘을 찬양한다.







변희자 시인은
영등포여자고등학교 재학 당시부터
줄곧
당시 국어를 담당하신
허만길 선생님을
섬기고 있다.

시인, 수필가,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 신문예문학회 회원
한국국보문인협회 회원
국제계관시인연합(UPLI) 한국본부 회원
가곡 ‘보고 싶은 어머니’ 작사
수상: 서울특별시장 표창. 서울특별시 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장 표창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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