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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96세 최고령 '이생진' 시인의 시를 평하다

시인 이생진, 청람 김왕식



브런치스토리 박성진 시인의 글을

읽던 중

한 시인을 만났다.


그는 바로

'한국의 피카소 이생진 시인'었다.


자못

궁금했다.


하여

사이버 공간에서

이생진 시인의 글

'가난한 시인'을 찾아

평석했다







가난한 시인



시인 이생진


가난한 시인이 펴낸 시집을
가난한 시인이 사서 읽는다
가난은 영광도 자존도 아니건만
흠모도 희망도 아니건만
가난을 시인의 훈장처럼 달아주고
참아가라고 달랜다
저희는 가난에 총질하면서도
가난해야 시를 쓰는 것처럼
슬픈 방법으로 위로한다
아무 소리 않고 참는 입에선
시만 나온다

가난을 이야기할 사이 없이
시간이 아까워서 시만 읽는다
가난한 시인이 쓴 시집을
가난한 시인이 사서 읽을 때
서로 형제처럼 동정이 가서
눈물이 시 되어 읽는다






청람 김왕식




이생진 시인의 「가난한 시인」은 가난이라는 주제를 통해 시인의 삶과 현실을 정교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이 시는 가난한 시인이 가난한 시인의 시집을 사서 읽는 장면을 통해, 가난이 시인의 삶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다.

"가난한 시인이 펴낸 시집을"에서 시인은 가난한 시인이 시집을 펴낸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는 가난한 상황에서도 창작의 의지를 잃지 않는 시인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가난은 시집을 내는 데 있어 물리적, 경제적 제약이 크지만, 시인은 이를 극복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놓는다.

"가난한 시인이 사서 읽는다"는 가난한 시인이 다른 가난한 시인의 시집을 사서 읽는다는 의미다. 여기서 우리는 가난한 시인들 간의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 비록 가난하지만, 서로의 작품을 통해 위안을 얻고 공감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가난은 영광도 자존도 아니건만"에서 시인은 가난이 영광도 자존도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한다. 가난은 그 자체로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며,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는 가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흠모도 희망도 아니건만"에서는 가난이 흠모나 희망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가난은 누구도 흠모하지 않으며,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로써 시인은 가난의 부정적인 측면을 더욱 부각한다.


"가난을 시인의 훈장처럼 달아주고"에서는 가난이 마치 시인의 훈장처럼 여겨지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묘사한다. 가난을 시인의 상징으로 치부하며, 그들이 가난 속에서도 창작을 이어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의 시선을 비판한다.

"참아가라고 달랜다"는 가난 속에서 시인이 참고 견디라고 사회가 위로하는 장면을 그린다. 이는 시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 채 표면적인 위로만을 건네는 사회의 모습을 풍자한다.

"저희는 가난에 총질하면서도"에서는 가난과 싸우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를 보여준다. 가난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드러나며, 시인은 단순히 가난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가난해야 시를 쓰는 것처럼"에서 시인은 가난이 마치 시를 쓰기 위한 필수 조건처럼 여겨지는 현실을 비판한다. 가난이 있어야만 진정한 시가 나오는 것처럼 여기는 인식을 꼬집는다.

"슬픈 방법으로 위로한다"에서는 가난한 시인을 위로하는 방법이 슬프다는 것을 표현한다. 이는 가난을 낭만화하거나 미화하는 태도가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무의미한지를 드러낸다.

"아무 소리 않고 참는 입에선 시만 나온다"는 시인이 가난 속에서도 묵묵히 시를 쓰는 모습을 담고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시로 표현하는 시인의 강인한 정신을 나타낸다.

"가난을 이야기할 사이 없이"에서는 시인이 가난에 대해 논할 시간조차 아깝다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는 가난이 일상에 너무나 깊숙이 스며들어 더 이상 말할 가치도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시간이 아까워서 시만 읽는다"에서는 시인이 자신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그 시간을 시를 읽는 데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가난한 현실 속에서도 예술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시인의 자세를 나타낸다.

"가난한 시인이 쓴 시집을"에서 다시 한 번 가난한 시인이 시집을 썼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는 시인의 창작 의지를 재확인시키는 대목이다.

"가난한 시인이 사서 읽을 때"에서는 가난한 시인이 또 다른 가난한 시인의 시집을 사서 읽는 장면을 통해 서로의 고통과 현실을 공감하는 모습을 그린다.

"서로 형제처럼 동정이 가서"에서는 가난한 시인들 사이의 연대와 동정심을 나타낸다.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모습은 형제애를 연상시킨다.

"눈물이 시 되어 읽는다"는 시인의 고통과 슬픔이 시로 승화되는 과정을 묘사한다. 가난한 현실 속에서도 시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이를 통해 위로받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생진 시인의 「가난한 시인」은 표현상의 특징으로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사용하고, 반복적인 구조를 통해 주제를 강조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이는 독자가 시의 주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시인의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또한, 시인은 가난한 현실을 낭만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독자에게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가난한 현실 속에서도 시인은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고,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며, 연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또한, 가난 속에서도 시를 쓰는 행위는 단순한 창작을 넘어선, 삶의 의지와 예술의 힘을 상징한다.

이는 독자에게 깊은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가난한 시인들의 현실을 재조명하게 한다. 이 시를 통해 독자는 가난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잃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며 연대하는 시인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생진 시인은
올해 96세이시다.
음력 1929년 2월 21일(호적상 10월 1일)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1949년 서산 농림학교(6년)를 졸업하였고 1951년부터 1954년까지 군복무를 하였다. 1965년부터 1969년까지 국제대학 영문학과 수학을 전공하였으며 1969년부터 1970년까지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언어학과를 다니다가 중퇴하였다. 1954년부터 1993년까지 중고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였다.


시선집
1999: ≪시인(詩人)과 갈매기≫
2004: ≪저 별도 이 섬에 올 거다≫


시화집
1997: ≪숲 속의 사랑≫(시: 이생진/사진: 김영갑)
2002: ≪제주, 그리고 오름≫(시: 이생진/그림: 임현자)


수필집 및 편저
1962: ≪아름다운 천재(天才)들≫
1963: ≪나는 나의 길로 가련다≫
1997: ≪아무도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2000: ≪걸어 다니는 물고기≫

시집
1955: ≪산토끼≫
1956: ≪녹벽(綠壁)≫
1957: ≪동굴화(洞窟畵)≫
1958: ≪이발사(理髮師)≫
1963: ≪나의 부재(不在)≫
1972: ≪바다에 오는 이유(理由)≫
1975: ≪자기(自己)≫
1978: ≪그리운 바다 성산포(城山浦)≫
1984: ≪산(山)에 오는 이유(理由)≫
1987: ≪섬에 오는 이유≫
1987: ≪시인의 사랑≫
1988: ≪나를 버리고≫
1990: ≪내 울음은 노래가 아니다≫
1992: ≪섬마다 그리움이≫
1994: ≪불행한 데가 닮았다≫
1994: ≪서울 북한산≫
1995: ≪동백꽃 피거든 홍도로 오라≫
1995: ≪먼 섬에 가고 싶다≫
1997: ≪일요일에 아름다운 여자≫
1997: ≪하늘에 있는 섬≫
1998: ≪거문도≫
1999: ≪외로운 사람이 등대를 찾는다≫
2000: ≪그리운 섬 우도에 가면≫
2001: ≪혼자 사는 어머니≫
2001: ≪개미와 베짱이≫(곤충시집: ‘내 울음은 노래가 아니다’ 증보판)
2003: ≪그 사람 내게로 오네≫
2004: ≪김삿갓, 시인아 바람아≫
2006: ≪인사동≫
2007: ≪독도로 가는 길≫
2008: ≪반 고흐, ‘너도 미쳐라’≫
2009: ≪서귀포 칠십리길≫
2010: ≪우이도로 가야지≫
2011: ≪실미도, 꿩 우는 소리≫
2018: ≪무연고≫


공동 시집
2003: ≪영혼까지 독도에 산골 하고≫

시화전
1971: 시화전

동인 활동
1971∼1985: ‘분수’ 동인(신협, 윤강로, 이봉신, 김준회, 신용대, 이생진) 활동
1986∼2006: ‘우이시’ 동인(임보, 채희문, 홍해리, 이생진) 활동

시낭송 활동
1995~2000: 성산포, 아끈다랑쉬오름, 마라도, 안면도, 실미도, 만재도, 우이도 등 섬에서 시낭송
2000~2011: 인사동에서 시 낭송


추천·수상
1969: ≪현대문학≫으로 등단
1996: 윤동주 문학상 수상
2001: ‘그리운 바다 성산포’와의 인연으로 제주도 명예도민이 됨
2002: 상화(尙火) 시인상 수상
2008: 도봉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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