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광일 시인의 '바람길'을 평하다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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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길
시인 주광일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알 수 없었네.
바람이 불어 가는 곳도 알 수 없었네.
흔들리는 나뭇잎들은 성난 물결처럼 파랑칠 뿐 내가 알 만한 몸짓을 하지 않았네.
자기 자리를 지키느라 꼼짝도 하지 않던 나무는 나를 거부하는 것 같았네.
바람길 따라 걷고 싶었던 내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었네.
결국 나는 바람이 없는 곳을 찾아 발길을 돌려야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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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광일 시인의 시 "바람길"은 바람의 무상함과 인간의 한계를 절묘하게 엮어낸 작품이다.
시의 첫 부분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가는 곳을 알 수 없다는 구절은 인생의 예측 불가능성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상징한다.
이 구절은 시인이 자연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성난 물결처럼 파랑칠 뿐이라는 표현은 바람의 강렬함과 자연의 거대한 힘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부분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모습을 통해 삶의 불확실성과
외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또한 "성난 물결"이라는 표현은 바람의 위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의 거세함을 강조하고 있다.
나무가 자기 자리를 지키느라 꼼짝도 하지 않는 모습은 인간의 고집과 변화를 거부하는 태도를 의미하는 듯하다. 이는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인은 나무를 통해 인간의 보수적인 면모와 자연 앞에서의 무력감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바람길 따라 걷고 싶었던 내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구절은 시인의 소망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나타낸다. 바람길을 따라 걷고 싶어 하지만 결국 그 소망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은 인생의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인간이 꿈꾸는 이상과 실제로 맞닥뜨리는 현실의 간극을 잘 보여준다.
결국 바람이 없는 곳을 찾아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 마지막 구절은 시인이 이상을 포기하고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삶의 여정에서 많은 사람이 겪는 타협과 체념을 상징하며,
시인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시의 표현상의 특징은 간결하고 명료한 언어로 인간의 내면과 자연을 묘사하는 데 있다. 시인은 불필요한 수식을 배제하고 직관적이면서도 심오한 언어로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또한 자연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요컨대, 주광일 시인의 "바람길"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삶의 불확실성과 한계를 잘 그려낸 작품이다. 시인은 간결한 언어와 상징을 통해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인간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독자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지닌 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