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 시인의 '곡선을 동경하다'를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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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을 동경하다
시인 이 효
나침판 잃은 새 한 마리 푸드덕
벌레 하나 입에 물고 날아든 창고
슬픈 아침이 붉어진다
유리창 너머 소나무의 푸른 유혹은
하늘을 날고픈 날갯짓을 부추긴다
투명창에 머리를 수백, 수천 번 부딪쳤을
소나무의 곡선을 동경한다
새는 자신을 온몸으로 부숴버린 거야
아버지가 그랬지 새벽 시장에 매달려
공사판 유리창에 핏빛 노을 번질 때까지
멀리서 들리는 목쉰 교회 종소리
땅거미는 한 번쯤 뒤돌아보며 가는 거야
누군가 쪽문 하나 오늘로 펼쳐놓았는데
술에 취한 아버지는 새처럼
한 평의 방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앞만 보고 달려온 방부제 뿌린 슬픔은
공허한 바람 소리일 뿐
창문을 펼치면 대문이 되고
오늘을 펼치면 내일이 되는데
당신은 어느새 박제된 새가 되었습니다
ㅡ
이효 시인의 시
「곡선을 동경하다」는
고도의 상징과 감정을 담고 있다.
시의 첫 부분에서 "나침판 잃은 새 한 마리 푸드덕"이라는 표현은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존재를 상징한다. 새는 자유의 상징이지만,
여기서 새는 자유로움을 잃고 혼란에 빠진 상태를 나타낸다. "벌레 하나 입에 물고 날아든 창고"는 새가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러한 현실적인 묘사가 독자의 공감을 자아낸다. 이 장면은 또한 삶의 고단함과 그 속에서의 작은 희망을 상징한다.
두 번째 연에서 "슬픈 아침이 붉어진다"는 표현은 날이 밝아오면서 슬픔이 더 선명해지는 모습을 묘사한다. 이는 아침이라는 새로운 시작이지만,
그 속에 슬픔이 여전히 존재함을 나타낸다. 이어지는 "유리창 너머 소나무의 푸른 유혹은 하늘을 날고픈 날갯짓을 부추긴다"는 표현은 자유를 갈망하는 욕망을 상징한다. 소나무는 흔히 굳건한 존재로 여겨지지만, 여기서는 자유와 꿈을 상징하며, 유리창은 그 꿈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세 번째 연에서 "투명창에 머리를 수백, 수천 번 부딪쳤을 소나무의 곡선을 동경한다"는 구절은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지만 번번이 좌절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유리창에 부딪히는 새의 모습은 좌절과 고통을 상징하며, 소나무의 곡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경하는 이상을 나타낸다.
네 번째 연에서는 "새는 자신을 온몸으로 부숴버린 거야"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는 이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자기희생을 나타낸다. 아버지의 모습과 연결되어 "새벽 시장에 매달려 공사판 유리창에 핏빛 노을 번질 때까지"라는 구절은 노동과 고단함 속에서 희생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강조한다.
다섯 번째 연의 "멀리서 들리는 목쉰 교회 종소리"와 "땅거미는 한 번쯤 뒤돌아보며 가는 거야"는 인간의 존재와 삶의 무상함을 상징한다.
교회 종소리는 희미한 희망이나 위안을 의미하며, 땅거미는 인생의 끝자락을 상징한다.
이 구절은 삶의 무상함 속에서도 한 번쯤은 뒤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섯 번째 연에서 "술에 취한 아버지는 새처럼 한 평의 방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구절은 아버지의 무력함과 좌절을 나타낸다. "앞만 보고 달려온 방부제 뿌린 슬픔은 공허한 바람 소리일 뿐"은 아버지의 인생이 결국 허무함과 무의미함으로 끝났음을 상징한다.
마지막 연에서는 "창문을 펼치면 대문이 되고 오늘을 펼치면 내일이 되는데"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이는 가능성과 희망을 상징하며,
현재의 상황을 바꾸면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당신은 어느새 박제된 새가 되었습니다"라는 마무리는 결국 변화하지 못하고 고착된 상태를 암시하며,
인생의 비극적 측면을 부각한다.
이효 시인의 시는 강렬한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독자에게 삶의 고난과 희망, 그리고 무상함을 전달하고자 한다.
또한 시는 깊은 감성과 상징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삶의 여러 측면을 섬세하게 조명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