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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 시인의 시 "꽃, 초인종을 누른다" 청람이 평하다

이효 시인과 청람 김왕식








꽃, 초인종을 누른다




시인 이 효


세상의 모든 꽃들 아름답다고
꽃병에 전부 꽂아 둘 수는 없는 것

화병에 물을 주는 남자
말라가는 꽃에 초인종을 단다

야위어 가던 밤도 고독한 인연도
서로에게 비상벨이 된다

심장이 술렁거린다
내가 너의 등이 되어 주리라

그대를 가슴에 안고
절망의 시작, 고요의 끝을 본다

봄의 숲, 산짐승의 긴 울음
홀로 소리를 잘라내야 하는 순간

꽃에 초인종을 누른다
벗어 놓은 신발 속, 비번 풀린 꽃잎 가득하다






청람 김왕식




이효 시인의 시

"꽃, 초인종을 누른다"는 단순한 자연의 꽃을 매개로 하여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시의 각 행은 다층적 의미를 품고 있으며,

독자에게 다양한 감정을 전달한다.


"세상의 모든 꽃들 아름답다고
꽃병에 전부 꽂아 둘 수는 없는 것"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소유할 수 없음을 나타낸다.

아름다운 모든 꽃을 꽃병에 꽂아 둘 수 없듯이, 인간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다 가질 수 없다는 진리를 상징한다.

이는 인생의 한계를 인식하게 하며,

아름다움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그 한계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화병에 물을 주는 남자
말라가는 꽃에 초인종을 단다"

이 부분에서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이 남자는 꽃병에 물을 주고 있지만,

꽃은 여전히 말라가고 있다.

이는 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상징하며,

'초인종'이라는 비유를 통해

남자의 절박한 심정을 드러낸다.

말라가는 꽃에 초인종을 다는 행위는 상징적으로 생명의 기운을 다시 불러일으키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야위어 가던 밤도 고독한 인연도
서로에게 비상벨이 된다"

야위어 가는 밤과 고독한 인연이 서로에게 비상벨이 된다는 것은,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긴급한 상황임을 나타낸다.

고독한 인연이 서로에게 구원의 역할을 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비상벨은 긴급 상황을 알리는 도구로,

서로에게 구원이 필요함을 암시한다.

"심장이 술렁거린다
내가 너의 등이 되어 주리라"

이 부분은 사랑과 헌신의 표현이다.

상대방에게 등을 내어주겠다는 것은 상대방의 짐을 함께 지겠다는 의미로,

깊은 애정과 헌신을 나타낸다. 심장이 술렁거린다는 표현은 그 헌신의 순간에 느끼는 감정의 격렬함을 잘 나타낸다.

"그대를 가슴에 안고
절망의 시작, 고요의 끝을 본다"

이 행은 절망과 고요를 함께 경험하는 순간을 표현한다.

그대를 가슴에 안는 행위는 위로와 연대를 의미하며,

그 순간 절망과 고요의 경계에 서 있는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이는 극한의 감정 상태를 잘 드러내며,

동시에 깊은 위로를 나타낸다.

"봄의 숲, 산짐승의 긴 울음
홀로 소리를 잘라내야 하는 순간"

봄의 숲과 산짐승의 울음은 자연의 생명력을 상징하며,

그 속에서 홀로 소리를 잘라내야 하는 순간은 고독과 결단을 나타낸다.

이는 생명력이 넘치는 자연 속에서도 느끼는 고독과 자신만의 결단의 순간을 잘 표현하고 있다.

"꽃에 초인종을 누른다
벗어 놓은 신발 속, 비번 풀린 꽃잎 가득하다"

마지막 행은 시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종합하며 마무리한다.

꽃에 초인종을 누른다는 것은 생명에 대한 간절한 부름을 의미하며,

벗어 놓은 신발 속 비번 풀린 꽃잎은 해방된 감정과 자유를 상징한다.

이는 시 전체의 고독과 구원,

헌신과 해방의 주제를 잘 마무리하는 구절이다.

이효 시인의

"꽃, 초인종을 누른다"는

감정의 깊이와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섬세하게 표현한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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