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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시 '화가 뭉크와 함께'를 청람 평하다

시인 이승하와 평론가 청람 김왕식








화가 뭉크와 함께



시인 이승하




어디서 우 울음소리가 드 들려
겨 견딜 수가 없어 나 난 말야
토 토하고 싶어 울음소리가
끄 끊어질 듯 끄 끊이지 않고
드 들려와


야 양팔을 벌리고 과 과녁에 서 있는
그런 부 불안의 생김새들
우우 그런 치욕적인
과 광경을 보면 소 소름 끼쳐
다 다 달아나고 싶어


도 동화同化야 도 동화童話의 세계야
저놈의 소리 저 우 울음소리
세 세기말의 배후에서 무 무수한 학살극
바 발이 잘 떼어지지 않아 그런데
자 자백하라구? 내가 무얼 어쨌기에


소 소름 끼쳐 터 텅 빈 도시
아니 우 웃는 소리야 끝내는
끝내는 미 미쳐 버릴지 모른다
우우 보트 피플이여 텅 빈 세계여
나는 부 부 부인할 것이다.











청람 김왕식




이승하 시인의 시 「화가 뭉크와 함께」는 인간 존재의 불안과 고통, 그리고 현대 사회의 소외감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각 행마다 시인의 심오한 정서와 내면의 울림이 느껴지며, 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비명처럼 다가온다.

첫 번째 연에서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음소리가 시인을 괴롭히고, 그 울음소리에 견디지 못해 토하고 싶다는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울음소리는 끊임없이 들려오며 시인의 불안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여기서 울음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시인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고통과 불안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연에서는 양팔을 벌리고 과녁에 서 있는 불안의 생김새들을 묘사하며, 그 광경을 보면 소름이 끼쳐 달아나고 싶어 한다. 이는 시인이 현실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불안 요소들과의 마주침을 피하고자 하는 심리를 드러낸다. '양팔을 벌리고 과녁에 서 있는' 모습은 마치 희생양이 된 자신을 떠올리게 하며, 이는 시인이 느끼는 무력감과 공포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세 번째 연에서는 '동화야 동화의 세계야'라고 말하며, 비현실적인 동화 속 세계와 현실의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울음소리는 세기말의 배후에서 무수한 학살극을 떠올리게 하며, 시인은 발이 잘 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백하라고 강요받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현대 사회의 억압적인 구조와 개인의 무력감을 대변한다.

네 번째 연에서는 텅 빈 도시에 대한 소름 끼치는 감정을 토로하며, 웃음소리조차도 시인을 미치게 할 수 있다는 극한의 불안을 드러낸다. 보트 피플과 텅 빈 세계는 현대 사회의 소외된 이들과 공허한 현실을 상징한다. 시인은 이 모든 것을 부인하고 싶다고 말하며, 자신의 불안과 고통을 직면하고 인정하기보다는 부정하려는 심리를 드러낸다.

이 시의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반복과 변형을 통한 불안의 극대화가 있다. '우 울음소리', '드 들려와', '야 양팔을 벌리고'와 같은 반복적인 표현은 시인의 불안정한 심리를 강조하며, 독자에게 그 불안감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또한 '과 과녁에 서 있는', '도 동화야', '세 세기말의 배후에서'와 같은 변형된 표현은 시인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잘 나타내고 있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 존재의 불안과 고통, 그리고 소외감이다. 시인은 이러한 감정들을 통해 독자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현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 성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승하 시인의 시 「화가 뭉크와 함께」는 그의 독특한 시적 언어와 심오한 주제 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인은 반복과 변형을 통해 독자에게 불안과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현대 사회의 문제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시의 전체적인 구조와 표현 방법이 매우 뛰어나며, 시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시는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시인의 탁월한 시적 역량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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